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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제로 웨이스트’ 실천하기

쓸데 없는 쓰레기 비우고, 쓸모 있는 삶으로 채워요

경제적 가치 있어도 필요 없으면 무용지물

기사입력 : 2021-02-23 22:19:31

쓰레기를 ‘제로’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완전히 ‘0’이 아니더라도 ‘100’에서 ‘99’로 조금 줄이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5분 편리하기 위해 500년 남아 있을 쓰레기를 만드는 일, 지금처럼 반복해도 괜찮을까. 제로 웨이스트가 처음이라면, 제로에 집착하기보다 하나라도 도전하는 태도를 길러보자. 훗날 ‘나만의 제로 웨이스트 방식’을 찾게 될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 제품.
제로 웨이스트 제품.

# step 1. 쓰레기 정의하기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쓰레기 생산을 최소화하는 생활 습관이다. 2018년 4월 발생한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많은 사람에게 생소하던 제로 웨이스트가 처음 언급됐다. 설상가상 코로나로 폐기물이 늘자, 위기감 느낀 사람들이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제로 웨이스트의 삶을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 전에 ‘쓰레기’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 게 우선이다. 쓰레기는 상대적이다. 아무리 경제적 가치가 높은 물건이어도 내게 쓸모가 없다면 그 물건은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쓸모 없는 물건들은 아무리 사연과 추억을 많이 담고 있어도 쓰레기가 된다. 쓰레기가 아닌 물건으로 판명이 났다면, 그 사용처에 대해 좀 더 깊이 궁리해볼 필요가 있다. 물건을 사용하고, 활용하고, 다시 사용하고, 재활용해야 진정한 제로 웨이스터(zero waster)로 거듭난다. 어떤 물건이 쓰레기가 되고, 어떤 물건이 잘 사용하는 것인지 분류할 수 있게 되면 ‘기능 없는 물건’은 사양하게 된다. 물건의 기능부터 생각하면 무분별한 쇼핑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제로 웨이스트적인 삶이란, 쓰레기를 제로로 만드는 삶이라기보다 삶의 태도를 전환하는 일에 가깝다.

# step 2. 제로 웨이스트 실천하기

친환경을 실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해 7월 ‘플라스틱 방앗간’을 차렸다. 시민들이 분리수거 배출을 해도 선별작업에서 재활용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인 병뚜껑이나 두부 용기 등을 모아 방앗간으로 보내주면 세척, 분류, 분쇄, 가공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물건으로 만들어준다.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활용도를 더한 제품)된 튜브짜개는 ‘참새클럽(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보내주는 사람들)’에게 되돌아간다.

플라스틱 병뚜껑
플라스틱 병뚜껑
서울환경연합이 업사이클링해 만든 튜브짜개, 열쇠고리./서울환경연합/
서울환경연합이 업사이클링해 만든 튜브짜개, 열쇠고리./서울환경연합/

제로 웨이스트 숍도 있다. 국내 첫 제로 웨이스트 가게인 서울 ‘더피커’는 매장 내 전 제품을 포장지 없이 팔고 있다. 곡류와 견과류의 경우 용기를 가져오면 필요한 만큼 구매가 가능하다. 서울 ‘알맹상점’은 액체류 제품을 그램(g) 단위로 판매한다. 껍데기 없이 알맹이만 판다고 해서 이름을 알맹상점이라고 지었다. 액체류 생필품 외에 대나무 칫솔, 유리·스테인리스로 만든 빨대, 고체 치약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있다. 방문한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내용물을 담으면 직원이 저울로 무게를 달아 값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경남·부산·울산지역에는 마산 마리앤하우스, 김해 오늘가게, 부산 천연제작과 솔트컴바인 팝업숍, 울산 지구맑음이 있다.

서울환경연합이 업사이클링해 만든 카드지갑./서울환경연합/
큐클리프에서 만든 업사이클 지갑./마리앤하우스/
폐지로 만든 시계./주재옥 기자/
폐지로 만든 시계./주재옥 기자/

# step 3. 제로 웨이스터로 살기

윤체영 대표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게 된 건 코에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을 보고나서였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생물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순간, 환경을 지켜야겠다고 맘 먹었다. 그 결심은 제로 웨이스트 숍으로 이어졌다. 마산 마리앤하우스는 지난해 1월 도내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라면 스프 봉지도 물로 여러 번 행궈 버릴 정도로 분리배출에 철저했어요. 지금은 분리배출로도 안 되는 단계에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이요? 물건을 사기 전에 다시 생각해보고 삽니다. 물건을 사고난 후 생각했더니 버릴 게 많아지더라고요. 거절하는 것도 중요해요. 길거리에서 받는 공짜 물티슈도 불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종이 영수증도 마찬가지고요. 커피를 테이크 아웃할 때 빨대도 쓰지 않아요”

마리앤하우스는 사탕수수 A4지, 삼베 수세미, 쌀 빨대, 재생 휴지, 고체 치약, 대나무 칫솔 등 친환경 제품 30여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용기를 가져오면 세제도 필요한 만큼 살 수 있다.

취재한 날 밀양에서 방문한 한 손님은 “나무젓가락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해 다른 제품을 찾아보던 중 제로 웨이스트 숍이 경남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몇 가지 용품을 바꿔보려고 들렀다. 제로 웨이스트는 초보인데 이런 가게가 가까운 데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생 휴지.
재생 휴지.
삼베 수세미와 그랩.
삼베 수세미와 그랩.

‘제로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의 저자 소일은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5가지 방법을 권했다.

첫째, 소비의 날을 정한다. 소비하는 날을 정해 소비 자체를 줄이면 쓰레기도 줄어든다. 둘째, 손수건을 휴대하자. 제로 웨이스트 필수품을 꼽자면 단연 손수건이다. 기능은 많고, 가벼워서 어디든 들고 다니기 좋다. 셋째, 에코백을 만든다. 에코백을 사기 전에 가지고 있는 자원을 살펴보고 그것을 사용하거나 헌옷으로 직접 만들어보자. 넷째, 개인 식기를 챙긴다. 텀블러, 수저, 도시락 통 등 개인 식기를 챙기면 일회용 숟가락, 일회용 젓가락, 일회용 포크 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다섯 번째, 용기와 수고를 장착하자.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개인 식기를 챙기고 정리하는 ‘수고’와 더불어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딱 즐겁고 행복한 만큼만 시도해보자.

윤 대표는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려면 ‘나에게 맞는 실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제로 웨이스트 관련 책들을 읽어보는 걸 추천했다. 대표적인 제로 웨이스트 책으로 비 존슨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청림라이프)’, 타일러 라쉬 ‘두 번째 지구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홍수열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슬로비)’, 허유정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뜻밖)’ 등이 있다.

“각자 상황이 다른데, 모든 걸 다 실천할 필요는 없어요. 중고 문화도 좋다고 생각해요. 장볼 때 비닐을 쓰기보다는 천 가방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기존에 쓰던 제품을 버리고 친환경 제품을 사서 쓴다고 제로 웨이스트는 아니잖아요. 거창한 실천이 없어도 괜찮아요. 소소하고 작은 실천 자체로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 밀랍랩 만들기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로는 밀랍랩이 있다. 밀랍(벌들이 벌집을 만들 때 나오는 분비물)을 이용해 랩을 만들면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랩을 대신할 수 있다.

※준비물 : 후라이팬, 밀랍(인터넷에서 구매 가능), 천, 집게, 일회용 버너, 장갑.

1. 고체형 밀랍을 후라이팬에 올려 녹인다
1. 고체형 밀랍을 후라이팬에 올려 녹인다
2. 5분 정도 지나면 밀랍이 충분히 녹는다
2. 5분 정도 지나면 밀랍이 충분히 녹는다
3. 녹은 밀랍에 천을 골고루 담가 적셔준다
3. 녹은 밀랍에 천을 골고루 담가 적셔준다
4. 충분히 적신 천을 건져 말린다
4. 충분히 적신 천을 건져 말린다
5. 천은 두 손으로 흔들어 말려준다. 시간이 지나면 천이 굳어진다
5. 천은 두 손으로 흔들어 말려준다. 시간이 지나면 천이 굳어진다
6. 일반 랩처럼 과일을 쌀 수 있다. 손의 온기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6. 일반 랩처럼 과일을 쌀 수 있다. 손의 온기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7. 밀랍랩으로 과일을 포장한 모습. 밀랍랩은 최소 6개월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
7. 밀랍랩으로 과일을 포장한 모습. 밀랍랩은 최소 6개월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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