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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가덕도 신공항, 선거 이후 꼼꼼히 다뤄야-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기사입력 : 2021-03-01 19:38:07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동남권 신공항이 우여곡절 끝에 가덕도 신공항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 날 국회는 정의당 의원과 국민의힘 대구경북(TK)지역 의원을 제외한 여야 의원 대다수의 찬성으로 이 법을 통과시켰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해 김해공항 확장안(김해신공항)을 확정한 지 5년 만에 문재인 정부가 기존 안을 뒤집은 셈이다.

애초 가덕도 신공항은 2017년 조기 대통령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부산지역 선거공약에 불과해 실제 성사여부는 불투명했다. 가덕도를 주장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국토부의 반대논리를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나면서 오는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확정되자 가덕도 신공항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보선을 앞둔 부산지역 정치권이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자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7일 김해신공항안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민주당은 바로 동남권신공항추진단을 구성해 국회 통과를 위한 속도전에 나섰고, 야당인 국민의힘도 보선을 앞두고 부산지역 표심을 의식해 어정쩡하게 찬성대열에 합류하면서 마침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가덕도 인근 바다 선상에서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고 한 뒤, 가덕도 건설에 반대 의견을 내놨던 국토부를 향해 “국토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질책성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졸속으로 제정되면서 대형 국책사업을 선거에 이용한 ‘표(票)퓰리즘 공항’이라는 비판을 두고두고 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입지 선정 절차 없이 가덕도를 공항 예정지로 못 박은 것과, 국회가 심의과정에서 공항 건설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아예 무시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특별법이 통과됐음에도 보선 이후 실제 가덕도 신공항 건설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특별법에 필요 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원전수사 등을 반면교사로 삼는 공무원(기재부)들이 정권 말기 실제 예타를 면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비용과 항공 수요, 안전과 환경문제를 놓고 부울경 추진위와 국토부의 의견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졸속 입법이 반영된 탓인지 국민들도 절반 이상이 예타 면제 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6%가 특별법 통과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했고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3.9%에 그쳤다. 특히 경부울에서도 ‘잘못된 일’이라는 답변이 54.0%에 달했다. 이는 다수 국민들도 이번 특별법은 여야가 보선을 의식해 졸속으로 통과시켰다고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왕 특별법이 통과됐으니만큼 여야는 선거 이후에라도 머리를 맞대고 사전타당성조사 등을 통해 안전과 환경문제를 꼼꼼히 짚어가며 이 문제를 다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실련의 성명처럼 후대에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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