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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정보공개청구 제도의 명과 암- 고비룡(밀양창녕본부장·부국장)

기사입력 : 2021-03-07 20:23:32

정보공개제도는 정부 또는 행정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국민의 청구에 따라 공개하는 것으로 법인과 단체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정보공개 대상이 되는 기관은 국회, 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법인, 사회복지사업법 제42조 제1항 규정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사회복지법인과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비영리법인이며, 정보공개 청구자는 법인, 단체를 포함한 모든 국민으로 외국인도 가능하다.

정보공개제도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약칭·정보공개법)이 지난 1998년 1월 1일 제정된 이후 정부 또는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소통을 강조하는 현 정부 입장에서 바라볼 때 정보공개제도는 하나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청구가 사적인 이익이나 불만 표출을 위해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누구나 쉽게 불특정의 많은 내용을 목적 없이 청구할 수 있기에 정보공개법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보공개 대상이 되는 기관에서는 그 정보를 제공해야만 한다. 실제로 한 개인이 공공기관에 대한 불만으로 수십 건, 수백 건씩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담당자는 이 정보공개를 처리하기 위해 몇 년간 자료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업무와 민원 처리가 지연되기도 하는 등 문제점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취지에서 생겨난 정보공개제도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통제하고 걸러줄 수 있는 장치는 너무나 미약하다. 권리가 주어질 땐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도 함께 주어져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이치다. 그러나 현 정보공개제도에서는 정보공개법 제11조2(반복 청구 등의 처리)에 따라 반복 청구에 대한 제한이 있을 뿐이다. 이는 정보공개제도를 악용하는 자에게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 문제다.

정보공개제도가 좋은 제도임은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양날의 검과 같아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공공기관이 정보 공개를 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정보공개 청구자의 청구 목적과 의도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가령 선진국의 옴부즈만 제도처럼 정보공개에 대한 심의·절차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낭비되는 행정력을 줄여 그만큼 시민 복지를 위해 쓸 수 있지 않을까.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명목 하에 자행되고 있는 권리 남용, 이것을 통제할 방안을 명확히 규정해 좋은 제도가 정말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고비룡(밀양창녕본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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