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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철거 현장 안전장치는 천 가림막뿐

합성2재개발 구역 현장 가보니

곳곳 찢기고 설치 안된 곳도 많아

기사입력 : 2021-06-14 21:18:06

최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붕괴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창원지역의 재개발 철거 현장도 건물에 부실한 천 가림막만 설치돼 있는 등 안전불감증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오전 11시께 찾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합성2재개발 구역. 이 구역은 3만5133.4㎡ 면적의 주택가로, 현재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곳은 합성동 상업지구와 인접해 유동인구가 많지만, 철거 현장에서 시민들을 보호할 안전장치는 건물 밖 쇠파이프에 걸린 천 가림막이 전부였다. 철거가 예정된 한 건물에 설치된 천 가림막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고, 건물 뒤편으로는 철거 폐기물이 주택 1층 높이까지 쌓여져 있었다.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2구역 재개발 현장에 안전장치로는 건물 밖 쇠파이프에 걸린 천 가림막밖에 없어 지나가는 시민들을 보호하기에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성승건 기자/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2구역 재개발 현장에 안전장치로는 건물 밖 쇠파이프에 걸린 천 가림막밖에 없어 지나가는 시민들을 보호하기에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성승건 기자/

철거 건물과 인접한 주택에 거주하는 안모(57)씨는 “철거 대상 주택 대부분이 저층 주택이지만 광주 사고를 접하니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비가 많이 와 혹시나 싶어 이 건물을 유심히 살피면서 골목을 지나가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다른 골목도 상황은 비슷했다. 안전장치는 천 가림막이 유일했고 가림막이 철거 예정 건물보다 낮게 설치돼 있거나 가림막이 설치돼 있지 않아 철거 현장 내부 출입이 가능한 곳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생활지역과의 공간 분리가 미흡한 곳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골목마다 주차금지 안내 현수막이 설치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천 가림막 옆으로 차량이 일렬로 불법 주차돼 주차장을 방불케 했으며, 철거 예정 건물 사이 골목은 주민들의 보행길로 이용됐다. 그러나 통행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합성2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현재 일부 외곽지역에 거주자가 있어 위험성이 적은 구역 안쪽부터 부분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3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는 감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라 철거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음 주까지는 철거 작업이 없어 현재 가림막 설치만 진행하고 있다”며 “철거 작업이 시작될 때부터는 불법주차 단속 등 안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지지대를 강력하게 고정한 철제 펜스와 함께 감리업체가 현장 보행자와 통행차량 보호가 우선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규 창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상임대표는 “공사 지연과 비용 문제로 인해 주로 천 가림막이 설치되는데, 천 가림막은 비산 먼지 방지 효과만 있지 건물 붕괴 과정에서 안전장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펜스 안쪽 지지대를 고정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 해외와 국내 일부 대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방법이 확대돼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철거계획서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관리·감독하고 안전점검을 할 의무가 있는 감리업체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창원지역 공사현장 건축물 해체 허가·신고 건수는 총 204건이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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