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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겡남말 소꾸리] (182) 어덕(엉더막, 엉덕), 씰다

기사입력 : 2021-07-02 08:06:58

▲경남 : 거제 장목면 바닷가 어덕에다가 혼차 심으로 성을 맨든 사람 이바구 들어봤나? 일주일에 화강석 30개썩, 무려 18년 동안 쌓았다 카더라꼬.

△서울 : 그 얘기 나도 신문에서 봤어.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무너진 밭을 복구하기 위해 축대를 쌓으면서 성 쌓기를 시작했다잖아. 그래서 성의 이름도 ‘매미성’이고. 그건 그렇고 네 말 중에 ‘어덕’은 ‘언덕’을 말하는 거야?


▲경남 : 하모, 언덕 말하는 거 맞다. ‘소도 어덕이 있어야 비빈다’ 이래 카지. ‘엉더막, 엉덕, 엉디, 엉뚝’이라꼬도 칸다. 포준말 언덕을 씨는 지역도 있고. 그라고 ‘어덕 떨어진 기 질 덴다’ 카는 말이 있다. 이거는 ‘언덕 무너진 자리에 길이 난다’ 이런 말인데, ‘시부지기 시작한 일이 본업이 된다’ 뜻도 있다.

△서울 : 재미있네. 매미성 주인 아저씨 얘기로는 은퇴 후에 가족들과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 살려고 이 땅을 샀는데, 태풍 매미로 인해 땅에 있는 흙까지 쓸려 가서 복구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대. 그래도 이왕 이곳에 돌을 쌓기로 했으니 태풍에도 끄덕없고, 주변 경치와 어울리게 쌓고 싶었대.

▲경남 : 그라이 주벤 겡치캉 잘 어불리거로 화강석을 사가 쌓았다 안카더나. 그라고 니가 말한 ‘쓸려 가서’맨치로, 빗자리로 씨(쓰)레기 따위를 밀어 내거나 한테 모다서 버리다 뜻의 ‘쓸다’를 겡남서는 ‘씰다’라 칸다. ‘방도 씰고, 마당도 씰어라’ 이래 카지. ‘실다’라꼬도 카고.

△서울 : ‘쓸다’를 경남에선 ‘씰다’라고 하는구나. 매미성이 유명해지면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할머니들만 살고 있던 매미성이 있는 마을도 활기를 되찾았대. 마을에 카페와 가게도 문을 열고.

▲경남 : 매미성 주인 이바구로는 매미성이 완공된 거는 아이라 카데. 안주 70%도 완성이 안됐다 카더라 아이가. 매미성 주인캉 마실 주민들이 심을 모다가 살기 좋은 마실로 맨들끼라 카이 잘 되거로 박수 한분 치주자. 짝~짝~짝~짝~.

허철호 기자

도움말=김정대 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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