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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끝나지 않은 파티와 양극화의 그늘- 오도균(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기사입력 : 2021-07-04 20:11:01

만약 누가 공짜로 점심을 사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를까? 공짜로 한 끼를 때우게 되었으니 마냥 즐거운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 상대방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려고 하나 생각할 것이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이 즐겨 사용했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할 때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경제정책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미국의 통화량(M2)은 19조1000달러로 전년 대비 24.6%나 증가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7~8년 치에 해당하는 통화량을 단 1년 사이에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적완화 정책과 저금리 유지는 효과를 거두어 미국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긴축 전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명언이 알려주듯, 통화량 확대 공급에 따르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비용을 현명하게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주요 국가와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에 대응해 완화적 통화정책 및 확대 재정정책을 시행해왔다. 그 결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시중에 풀린 통화량(M2, 계절조절·평잔 기준)은 약 300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6배에 달하는 역대 최대 수준이었으며 2021년 4월 기준 3360조를 넘어섰다. 이 같은 시장의 유동성 과잉을 생각한다면 얼마 전 연내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겠다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당연한 순서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세계 기축통화국인 미국처럼 금리인상을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최근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물경제의 체감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재난지원금 등을 포함한 2차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고, 내년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 하반기에 각종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면을 고려할 때 과도한 유동성 공급에 대한 비용을 혹독한 인플레이션으로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화폐가치 하락으로 월급·연금 생활자의 형편은 더욱 어려워지는 반면, 자산가격은 상승하여 빈부 격차는 확대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경기 하락 이후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계층 간 격차는 극대화되는 ‘K자형’ 양극화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은 코로나19 정상화 이후 지금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흔히 양적완화로 인한 유동성 과잉의 상황을 ‘유동성 파티’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흥겨운 파티의 대가로 지불해야 할 인플레이션이라는 비용을 취약계층에서 가장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파티’라는 단어가 새삼 불편해진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이 완화적 통화정책 및 확대 재정정책에 대한 비용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치러야만 한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양극화의 그늘을 함께 바라보며 현명하게 비용을 치를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도균(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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