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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펫(Pet)] 반려동물과의 이별 준비하기

함께했던 시간들 가슴에 묻고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해줄게

기사입력 : 2021-07-08 20:21:40

반려동물이 죽는 이유는 다양하다. 죽음의 원인에 따라 보호자가 느끼는 슬픔의 정도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을 사고로 떠나보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큰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준비 없는 이별’은 슬픔을 더 무겁게 한다. 곧 다가올 이별을 걱정하는 노령 반려동물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이들을 위해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반려동물 스스로 준비하는 마지막 순간 조용히 지켜보고 평소 좋아하던 물건 가져다주면 도움

사체 땅에 묻는 행위는 불법, 동물병원 위탁·장례업체서 화장해야…30일 안에 동물 등록 말소 의무

보호자 우울증 예방 위해 충분히 슬퍼할 시간 가져야… 유품 간직·심리 전문가와 상담도 도움

김해시 생림면에 위치한 반려동물장례식장 아이헤븐. 반려동물이 평소 좋아했던 장난감이나 간식들이 납골당에 함께 들어 있다.
김해시 생림면에 위치한 반려동물장례식장 아이헤븐. 반려동물이 평소 좋아했던 장난감이나 간식들이 납골당에 함께 들어 있다.

# 1. 반려동물의 마지막 시그널

“힘겹게 누워만 있던 네가 어쩐 일인지, 내가 내가 출근할 때 걸어 나와서 꼬리를 흔들며 인사해 줬잖아. 회복한 줄 알고 기뻐했는데, 그게 널 보는 마지막 순간이었을 줄 몰랐어. 네가 가는 모습 보면 내가 힘들어할까 봐, 아침에 힘내서 인사해 준 거지?”

서주민(김해시 봉황동·36·가명)씨는 최근 태어나서 처음 함께한 반려견 코코를 떠나보냈다. 당시만 해도 아팠던 몸이 다시 나아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주인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반려동물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직전, 어떤 모습을 보일까. 우선 식욕이 없어진다. 음식과 물을 거부하는 게 죽기 전 흔히 보이는 행동 변화 중 하나다. 활동량이 감소하고 주변 사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종일 누워 있고, 평소 좋아하던 장난감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식욕이 줄면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신체가 점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체중도 감소한다. 대소변을 못 가리는 것도 떠나기 전 보이는 증상이다. 마지막으로 어디론가 숨으려는 행동을 보인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저자 이학범 수의사는 “반려동물이 스스로 준비하는 마지막을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게 좋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평소 좋아했던 물건을 가져다주는 것도 도움 된다. 마지막 순간에 반드시 무엇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옆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 쓰다듬어 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반려동물 입관 장면.
반려동물 입관 장면.

# 2. 무지개다리, 그 이후의 일

반려동물이 떠난 후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사체를 수습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으로 간주된다. 아무 물건이나 땅에 묻으면 안 되는 것처럼, 동물을 땅에 묻는 행위는 불법이다. 자기 소유의 땅에 묻는 것도 안 된다. 땅 주인이 바뀌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고, 환경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려동물 사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생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어떻게 가족처럼 지냈던 반려동물을 쓰레기와 함께 버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른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동물병원에 사체 처리를 위탁하면 된다. 동물병원은 반려동물 사체를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다른 의료폐기물과 함께 처리업체로 보낸다. 이마저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정식 등록된 업체를 통해 화장하는 방법이 가장 추천된다. 1년에 사망하는 약 45만 마리 반려동물 중 동물 장례를 하는 경우는 8만건(17.8%)에 불과하다. 그나마 납득할 수 있는 ‘반려동물 화장’도 여전히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다. 별개로 암, 치매로 고통을 겪는 반려동물을 위해 안락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어 반려동물이 죽은 후 30일 안에 동물 등록 말소 신고를 해야 한다. 동물 등록을 한 뒤 연락처가 바뀌었거나 주소가 변경됐으면 변경 신고도 해야 한다. 법적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등록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동물 등록 변경 신고와 말소 신고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이나 동물 등록을 했던 구청서 할 수 있다.

반려동물 납골당.
반려동물 납골당.
보석 형태로 만든 고양이 유골.
보석 형태로 만든 고양이 유골.

# 3. 펫로스, 마음 정리하기

“콩이가 떠난 지 2년이 넘었어요. 아직도 콩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콩이와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질 않고, 잠도 제대로 못 잡니다. 저 괜찮은 걸까요?”

펫로스는 반려동물과 이별한 뒤 보호자가 느끼는 우울증을 말한다. 슬픔의 기간이 길어지거나 여러 가지 증상을 동시에 느껴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펫로스 증후군으로 봐야 한다. 펫로스가 증후군으로 이어지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나눠야 한다. 반려동물을 기억할 수 있는 장난감, 옷, 리드줄 등 물건을 간직하는 것도 좋다. 펫로스 모임에 나가는 방법도 있다. 반려동물의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서로 더 잘 이해해 주고 공감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펫로스 증후군은 건강한 슬픔의 과정과 다르다. 아직 우리나라서 펫로스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굳이 전문가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슬픔을 잘 이겨내려면, 심리 전문가와의 상담이 도움될 수 있다.

이학범 수의사는 “간혹 죽음의 원인을 몰라 죄책감을 느끼는 보호자도 있다. 이럴 경우 부검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각 수의과대학 수의병리학실이나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보건환경연구원(동물위생시험소)에 부검을 의뢰하면 된다. 부검을 통해 죽음의 원인을 알아내면, 죄책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 아이헤븐 정이찬 대표
김해 아이헤븐 정이찬 대표

“반려동물의 죽음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인터뷰/ 정이찬 김해 아이헤븐 대표

-반려동물 장례 절차 어떻게 이뤄지나.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3일장을 치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염습, 입관, 화장, 유골함 인도 순으로 장례가 진행되며 당일 모든 절차가 끝난다. 보호자 대부분은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지만, 고온고압에 녹여 보석 형태의 돌로 소장하기도 한다.

-반려동물 장례 문화, 국내 인식은.

△강아지, 고양이뿐만 아니라 이구아나, 토끼, 햄스터 등 작은 동물들도 장례를 치른다. 국내는 아직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다. 반려동물이 귀여워서 데려왔지만, 막상 죽는다는 걸 생각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의 마지막 행위에 대해 긴급하게 결정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마지막 인사는, 합법적인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해 장례를 치러주는 게 맞다.

-펫로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어느 죽음에도 웰다잉(Well Dying)은 없다. 평균 수명보다 오래 살았거나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란 반려동물의 죽음에도 의미가 있다. 펫로스 후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 중 하나가 죄책감이다. 이럴 땐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반려동물의 체취가 남아 있는 방석·쿠션·장난감 등 유품을 버리지 말고, 교감하는 것도 펫로스를 극복하는 한 방법이다.

글= 주재옥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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