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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22) 만어사 석불

삼랑진 가는 기차- 이월춘

기사입력 : 2021-07-21 09:35:07
삼량진 만어사석불

삼랑진 가는 기차- 이월춘


내일이면 늦다 사랑이여

종종걸음치는 가을바람에 실려

무작정 훌쩍 문을 열었지

세상으로부터 쫓기듯 움츠렸지만

제법 지쳐 있었을 양어깨를 펴고

기차와 가을 두 단어만 병렬로 이어

설렘과 윤기(潤氣)의 강가를 꿈꾼다

금지에 대한 금지를 스스로 다지며

시월의 사랑이 져버린 삼랑진의 옆구리쯤

마음의 미로를 헤매는 한 마리 들개

들꽃처럼 피고 진 사연들을 등에 지고

약간의 덜컹거림 끝에 당도한 술 한 잔

황혼을 업고 돌아오는 가벼운 취기에

수많은 사연들 풍경이 되니

정말 내일이면 늦다 사랑이여


☞만어사 석불

삼랑진, 밀양의 삼대 신비로 불린다는 얼음골, 땀 흘리는 표충비와 더불어 만어산 암괴류 돌너덜이 있는 곳. 예전엔 창원에서 기차 여행을 하기 좋은 곳이라 가끔 갔던 곳. 지금은 그런 풍류가 사라지고 없지만 자주 생각나는 곳이다. 봄이면 원동 매화가 사람을 부르고, 사철 낙동강의 웅웅거리는 세월의 말씀을 듣고 싶은 곳. 만어사 석불에게 내 간절함을 올리고 돌아나오면,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것도 아니고, 너럭바위도 아닌, 서로 몸 비비며 사는 만 마리의 물고기 바위들을 만나 세상의 부질없음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곳. 미륵전 아래 첩첩이 깔린 돌너덜의 어산불영(魚山佛影)은 고기들이 변해서 된 것이라 하여 만어석(萬魚石)이라 부르며, 두드리면 종처럼 쇳소리가 나기 때문에 종석(鍾石)이라고도 부른다, 수많은 바위가 일제히 머리를 산 정상으로 향하고 있고, 새벽녘과 봄비가 내리는 날에는 만어사 주변에 피어오르는 운해가 천지를 뒤덮어 장관을 이루는 갖가지 신비한 현상을 간직하고 있어, 꼭 한 번 가 볼 만한 곳이다.

시·글= 이월출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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