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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죽겠소” 찜통축사 숨막히는 가축들

[김해 한림면 축산농가 폭염 사투현장을 가다]

쿨링패드·에어컨 등 풀가동에도

축사 내 온도 낮추기 역부족

기사입력 : 2021-07-29 21:27:22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가축 폐사가 잇따르면서 축사 농가마다 비상이 걸렸다.

29일 폐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해시 한림면의 한 돼지 농장을 찾았다. 이날도 폭염특보가 발효돼 농장주는 더위와의 사투에 한창이었다. 1만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는 축사 곳곳에는 환풍기와 지하수를 이용해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춰주는 쿨링패드가 설치돼 있다. 분리된 축사마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돼지들의 더위를 식혀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체감온도 35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에는 설정 온도만큼 내부를 식혀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장주인 이진호씨는 더위에 지쳐 기력을 잃은 듯 누워 있는 돼지들을 바라보며 한시도 자리를 뜰 수가 없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29일 오후 김해시 한림면 한 축산 농가에서 소들이 대형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피히고 있다./김승권 기자/
폭염경보가 내려진 29일 오후 김해시 한림면 한 축산 농가에서 소들이 대형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피히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 씨는 “더위도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기 때문에 무더운 날씨에 돼지들이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온도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며 “폭염 때는 평상시보다 더 자주, 더 예민하게 축사를 신경 써줘야 한다. 5분 대기조처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사 벽면에는 더위로부터 돼지들을 지키기 위해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갈 경우 알려주는 경보기가 설치돼 있다.

같은 날 방문한 한림면의 한우 농가 역시 무더위에 내부 열을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농장주인 박정본씨는 폭염에 한껏 달궈진 지열을 낮추기 위해 호스를 들고 농장 주위를 돌며 지하수를 뿌렸다. 축사 안 100여마리의 소들은 천장에 설치된 선풍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수십 개의 선풍기가 쉼 없이 돌아갔다. 무더위에 과부화를 막기 위해 전력 컨트롤 박스를 향해서도 선풍기는 돌아갔다. 박 대표는 “소들이 더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름 뿐만 아니라 9월, 10월까지 영향이 이어진다”며 “최대한 미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1일에서 27일까지 보험사에 신고된 도내 가축 폐사 건수는 1만6562마리다. 축종별로는 돼지 1352마리, 닭 1만5060마리, 오리 150마리로 피해 추정액은 4억6400만원이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는 26만2418마리가 폐사해 피해액은 61억3000만원으로 추산된다.

당분간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남도는 가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축사 지붕 단열재 부착 △선풍기, 팬 등 축사 내 환기 △돈사, 계사 지붕에 물 분무 장치 설치 △깨끗한 물 제공 및 비타민·광물질 섞은 사료 급여 등 폭염시 가축 관리 요령을 안내했다.

양진윤 경남도 축산과장은 “폭염시 가축 관리 요령에 따라 축사 지붕과 가축에 물 뿌리기, 그늘막 설치, 환풍기 가동을 최대화 해 폭염으로 인한 가축 피해가 없도록 하고, 전기 과다사용으로 인한 합선, 누전 등 화재 예방에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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