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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풍력특집 - 삼강엠앤티] 해상풍력 구조물 올 8000억 수주 예상… 야드 달구는 용접불꽃

상반기에만 분야별 총 5582억 수주 실적

대만 수출용 제작 박차…일본도 곧 공략

기사입력 : 2021-08-12 09:40:34

국내는 전남 신안단지 하부구조물 담당

올해는 실증단지 건설용 부품 납품 주력

본격 수주, 내년 상반기부터 급증 전망

창사 첫 ‘1분기 순익 100억 돌파’에 고무

지난달 13일 찾은 고성군 동해면 장좌리 삼강에스앤씨 조선소. 부두 옆 16만평 규모의 야드에는 60~80m 높이의 거대한 해상 풍력발전 하부구조물 제작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었다.

하부구조물은 바다에 풍력 발전기를 세우기 위해 땅속에 심는 지주로, 강관 파이프들을 연결해서 만들어진다. 이날 삼강엠앤티 고성 본사와 밀양공장에서 들여온 강관 파이프가 여기 저기 쌓여져 있었고, 이들 파이프를 연결하기 위한 용접 불꽃이 곳곳에서 튀고 있었다. 연결된 파이프들은 대형크레인을 통해 단계별로 더 큰 규모를 거쳐, 하나의 구조물로 거듭나기 위한 용접작업으로 이어졌다. 이날 야드에는 완성된 20여개의 하부구조물이 서 있었다.

삼강에스앤씨의 모회사인 삼강엠앤티 관계자는 “풍력발전 디벨로퍼들로부터 수주받아 대만에 보낼 하부구조물을 차질없이 납품하기 위해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군 동해면에 위치한 중견 조선·기자재업체인 삼강엠앤티가 올 들어서도 글로벌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중심을 전반적인 수주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풍력부분 8000억원 이상 수주 기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강엠앤티는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1670억원 규모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작년 풍력부문 수주액 2100억원 대비 80% 수준이다. 올 들어 계약도 글로벌 풍력발전 디벨로퍼들과 맺은 것으로 공급지역은 주로 대만 해역이다.

특히 올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풍력발전 하부구조물에서만 8000억 이상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2019년부터 발주가 시작된 대만 해상의 풍력발전 프로젝트들이 하반기에도 대량으로 예정돼 이 같은 공급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만은 차이잉원 총통이 선거공약으로 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풍력발전을 기존 10.5GW(기가와트)에서 2035년 20.5GW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9년까지 전 세계 해상풍력 설치 용량은 29GW이다. 삼강엠앤티는 작년부터 대만 현지사무소를 가동해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국내와 일본 해상풍력 시장 확대 기대= 국내에선 현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이 본격 닻을 올리고 일본도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설치를 계획하고 있어 대만에 이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전남 신안 해상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 본격화하는 것을 계기로 풍력발전시장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삼강엠앤티는 전남 해상풍력단지사업에서 고정식 해상 풍력발전 하부구조물 제작을 담당하게 된다.

전남 신안 해상풍력단지는 정부가 전남 신안에 3단계에 걸쳐 2030년까지 8.2GW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투자규모는 48조5000억원이다.

국내 풍력발전시장은 전남 외에도 울산이나 제주도 등에서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삼강엠앤티는 이들 사업으로도 보폭을 넓힐 예정이다.

삼강엠앤티 관계자는 “신안과 태안 앞바다 등 서남해안에 설치 예정인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면서 “올해는 일차적으로 실증단지에 들어갈 풍량기, 계측기 등의 제품을 수주해 납품하거나 제작 중이다. 본격적인 수주는 내년 상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 시장의 경우 성장 전망이 가장 밝은 시장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해상 풍력발전 목표를 2030년 10GW에서 2040년 최대 45GW로 대폭 상향조정했기 때문이다. 해상 풍력발전 목표를 발표한 미국 북동부(2035년까지 28GW), 영국(2030년 40GW), 대만(2030년 20GW)등과 비교해 보면 일본 해상 풍력발전 목표가 가장 높지만 일본 해상 풍력발전 설치량은 현재 60MW(메가와트)수준에 그쳐 시장이 본격화되지 않았다. 일본에는 히타치나 미쓰비시 등 풍력터빈 이외에 하부구조물, 타워 등 다른 관련 가치사슬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강엠앤티는 일본시장을 겨냥해 지난 6월 일본사무소(2명 상주)를 개설했고 지난 9일 첫 수주에 성공했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독보적 경쟁력= 삼강엠앤티가 기술력을 갖고 있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고정식·부유식)은 상부구조물인 터빈과 타워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해상풍력 핵심설비다. 고정식 하부구조물로는 원통형 타워를 사용하는 모노파일(Mono Pile), 3~4개 다리를 사용하는 재킷(Jacket) 등을 제작한다. 인장계류형, 반잠수식, 주상형 등 부유식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도 공급한다.

하부구조물 제작을 위해선 터빈과 타워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이 강한 파이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 삼강엠앤티는 후육강관사업을 통해 이런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후육강관은 두께 20㎜ 이상 철판으로 제조한 산업용 대형 파이프로 석유 시추를 위한 해양플랜트와 대형 건설물을 지지하는 ‘골조’ 역할을 한다.

1999년 설립된 삼강엠앤티는 이듬해 국내 최초로 후육강관 국산화에 성공해 20년 넘게 국내 후육강관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역량이 풍력발전에서도 빛을 발한 것이다.

2019년엔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 기업인 덴마크의 외르스테드와 대규모 해상 구조물 공급계약을 맺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기업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수출에 성공한 건 삼강엠앤티가 처음이다. 이후 지난해까지 덴마크 및 벨기에,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의 관련기업들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지역은 주로 대만이다.

◇풍력 이외 사업들도 본격 상승세= 후육강관사업으로 1999년 처음 시작한 삼강엠앤티는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사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다.

후육강관 단일 사업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2017년 함정 분야 방위산업체로 지정되며 특수선 건조사업(해군, 해경, 지자체 발주선)에 진출했다. 그해 STX고성조선해양(현 삼강에스앤씨)을 인수해 선박 수리·개조도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삼강에스앤씨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급 이상 선박 수리가 가능한 조선소다. 하부구조물사업은 2019년에 진출했다. 6월 말까지 사업분야별 수주실적을 보면 △해상풍력 1670억원(지난해 전체 2100억원) △해상플랜트 FPSO 3477억원(지난해 0원) △후육강관 310억원(지난해 전체 320억원)△기타 수리조선 125억원(작년 전체 240억원) △특수선 방산 0원(작년 640억원) 등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유가상승으로 중견업체로선 처음으로 해상플랜트를 수주해 주목을 받았고 방산은 하반기에 발주가 이뤄져 작년과 비슷한 규모의 수주를 예상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 상반기에 전체 수주규모가 5500억원으로 작년 전체 6227억원에 육박한다”면서 “하반기 풍력에서 수주실적 등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적으로 지난해의 2배 이상 수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강엠앤티의 지난해 매출은 4200억원, 영업이익은 291억원을 내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해상 풍력발전 하부구조물 매출이 전년보다 190%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073억원, 영업이익 115억, 당기순이익 10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이 1분기에 100억원을 넘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런 실적을 반영하듯 삼강엠앤티와 삼강에스앤씨는 작년 말 대비 직영인력만 100명 이상 충원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 국산부품을 적극 구매하며 관련 기자재 업체로의 낙수효과까지 거둬 나가고 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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