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창원 주남저수지,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장’ 펼쳤다

[인간과 환경 시즌3] (5) 창원 주남저수지

‘개발 vs 보존 갈등’ 넘어 ‘사람·자연 공존의 장’ 되다

기사입력 : 2021-09-08 21:37:28

주남저수지는 예부터 의창구 동읍과 대산면 농경지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늪이다. 총 면적은 898만㎡로 산남(96만㎡)·주남(403만㎡)·동판(399만㎡) 등 3개 저수지로 이루어진 배후습지성 호수다. 지난 1970년대 중반까지는 단순히 큰 저수지로만 인식이 돼 왔으며 ‘주남저수지’라는 명칭 대신 인근 마을의 이름을 따서 산남 늪, 용산 늪, 가월 늪 등으로 불렸다.

◇주남저수지 역할= 주남저수지는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조절, 생태적 기능, 심미적(문화적) 기능 등 인간은 물론 자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터전이다. 유역 면적은 8640㏊. 강우 시 연 300만㎥ 상당의 물이 유입되며, 주남배수장을 통해서도 농수로에서 약 200만㎥가 유입된다. 이는 일부 농경지와 과수원의 농업용수로 활용된다. 주남저수지와 산남저수지의 경우 평균수위는 1.5m이며 많이 차오를 때는 4.32m에 이른다. 계획 저수량은 642만3000㎥로, 홍수가 발생하면 초과되는 수량을 축적하는 저수지 역할과 함께 홍수발생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환경단체·주민 대립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 명성으로
환경단체 “서식지 보호” 요구 나서
주민들 “재산권 제약” 강력 반발

창원시, 적극 대응
관리조례 제정했지만 해결 미흡
민관 발전협의회 만들어 절충 나서
관리계획·세부 실천방안 접점 도출

개발·보전 균형 찾아
시, 주민대표 등 16명 의견 적극 수렴
농지 연차매입·계약경작 인센티브 등
정착시키며 세계적 저수지로 거듭 나

석양이 물들기 시작하는 주남저수지에서 가창오리떼가 군무를 펼치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개발·보존 갈등을 민·관 대타협으로 극복하면서 세계적 생태 저수지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경남신문DB/
석양이 물들기 시작하는 주남저수지에서 가창오리떼가 군무를 펼치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개발·보존 갈등을 민·관 대타협으로 극복하면서 세계적 생태 저수지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경남신문DB/

◇입지 중요성= 지난 2008년 람사르총회 개최지였던 창원시에 위치해 인접 도시는 물론 전국에서 연간 50만명이 넘는 탐방객이 찾고 있다. 또한 우수한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 제164호로 지정된 엄나무, 삼한·삼국시대의 대표적 분묘유적인 다호리 고분과 신석기시대의 합산패총, 주남돌다리 등 다양한 지역 문화재가 분포돼 있다. 동읍·대산면 일대 농경지역과 저수지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문화도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수한 습지생태계와 다양한 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국제 보호종인 재두루미의 중요 월동지로서 보전 가치가 상당히 높다. 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1종이 서식하는 터전이기도 하다. 특히 결빙기가 짧아 조류의 월동에 유리해 1980년대까지 동아시아 최대의 겨울철새 도래지로서 명성을 날렸다.

◇자연보존 vs 재산권 침해 갈등= 주남저수지는 농업용 저수지로서 주변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장마철 집중호우 감당 및 홍수 조절을 하는 한편 각종 동·식물이 여유롭게 살아가는곳이다. 오랜기간 자연과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삶의 터전인 셈이다. 1980년대 이후 언론에 알려지면서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지만, 이는 각종 환경오염과 함께 지역 내 갈등이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철새를 비롯한 여러 생물들의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와 재산권 행사를 위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역 주민간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이다. 철새 보호라는 명목 하에 주남저수지 일대는 현대화의 흐름에서 소외되었고, 그저 예전 모습 그대로 보전될 수 밖에 없었다.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철새와 환경만 생각하는 환경단체가 눈엣가시였다. 이에 시는 지속되는 지역 갈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남저수지 갈등은 한때 극에 달했다. 지난 1997년 2월 2일 주남저수지 생존권대책위 발대식 및 철새보호구역 지정 반대 결의대회 모습.
주남저수지 갈등은 한때 극에 달했다. 지난 1997년 2월 2일 주남저수지 생존권대책위 발대식 및 철새보호구역 지정 반대 결의대회 모습.

◇개발과 보전, 균형을 찾다= 창원시는 지난 2016년 2월 ‘주남저수지 관리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주남저수지에서 인간과 생물권의 조화로운 관계를 장려하고, 환경친화적 개발을 하면서 지속가능한 생태환경 조성에 힘써왔다. 주남저수지 일대를 관리지역과 완충지역으로 지정하고, 그 주변 지역에서의 개발과 건축행위에 대해 사전에 환경영향성을 협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협의 과정에서 당초 계획했던 개발·건축행위가 축소되거나 반려되는 일이 많아질 수 밖에 없어 주민들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되고, 행정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는 예측 불가능한 협의 과정에서 제한되는 일이 지속됐다.

결국 창원시는 생태환경보전과 지역주민 이익 간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지난 2015년 1월 ‘창원시 주남저수지 민·관 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또 주남저수지 일대를 제한지역 및 경관지역으로 재설정하고, 경관지역의 경우 건축과 개발이 가능한 범위를 사전에 정했다. 개발 행위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면서 주민 사유재산권 보호 및 예측 가능한 행정이 구현될 수 있게 됐다. 결국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환경·조경전문가가 함께 주남저수지의 발전 방향을 수립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앞으로도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주남저수지 관리계획 수립 및 세부 실천 방안 등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생태보전을 위한 노력= 창원시는 주남저수지 주변 철새로 인한 지역농민의 손실을 보상하고 지역주민의 생태계보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보리재배(경작관리계약), 볏짚존치(보호활동관리계약) 등 계약 경작으로 철새 먹이제공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창원시는 이 사업을 1999~2001년까지는 전국 최초로 자체적으로, 2002년부터는 정부사업으로 전국으로 확대해 국비(30%)와 도비(35%)를 지원받아 시행해오고 있다. 또 주남저수지를 찾아오는 철새들의 안정적인 먹이터 및 쾌적한 서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창원시는 전액시비로 주변농지를 연차별로 매입해 관리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381억원으로 2018년까지 96필지, 15만3558㎡를 매입했다. 매입한 토지는 연꽃단지, 무논을 조성하고 대부계약을 통해 철새들의 먹이터 및 쉼터로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남저수지의 보전과 발전을 위해 지난 2006년 5월 시작한 주남발전위원회는 현재 민·관발전협의회로 이름을 바꾸고 주민대표 등 총 16명의 위원을 구성, 각종 시책추진 시 의견을 적극 반영해 수렴하고 주남저수지 생태보전 및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세계속의 주남저수지= 지난 2019년 겨울, 주남저수지를 다시 찾은 가창오리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2년부터 창원시에서 시행한 ‘조류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2019년도 12월에 들어 1만6000여 마리가 관찰된 것이다. 그러나 2020년도 11월에는 그보다 2배 가량 많은 3만여 마리가 찾아와 과거 주남저수지가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라는 명성을 재확인 시켜줬다. 이는 주남저수지의 생명력이 건재하다는 방증으로, 주남저수지의 생태환경보전을 위해서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주남저수지는 갈등과 반목을 넘어 창원시, 환경단체, 주민 모두의 상생·협력으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주남저수지로 거듭났다. 현재 창원시는 국제적 철새보호 노력에도 동참하고 습지보전 정책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국제철새네트워크 및 국제방문자센터 네트워크에 가입해 주남저수지의 국제적 홍보 및 여러 습지방문자센터의 우수한 프로그램을 접목·연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전세계의 다양한 습지문화를 비교하고, 탐방객에게 우수한 습지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이민영 기자 mylee77@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민영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