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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26) 성주사

요천청류가 화엄고요를 싸고도는 천년 불심 산가람

기사입력 : 2021-09-14 21:36:39

성주사 간다


진 짐 버거운 날엔

곰절 간다

시공時空 넘나든 그때 그 사내처럼

에움길 더듬어 곰절 간다


아득아득 멀다는 니르나바 가는 길

그 사내 간 길 찾으면

무아삼매無我三昧 죽비 한 대면 닿을 것 같아

걷거나 기거나 날거나

불성 지닌 것들과 너나들이하며

곰절 간다


닫힌 듯 열려있는 산문 건너면

화엄 고요 부르는

천선 골짝 요천청류樂川淸流

오래전 비밀 어쩌면 알 것 같은

적막을 보리菩提인양 쓰고 있는

늙은 소나무들 곁눈질하며


속박의 덫 벗어난 그 사내

곰으로도 부처로도 불리던 그 사내

여전히 다른 무엇으로 이곳에 머물고 있을 듯해


무슨 쓸모로 이생에 나왔는지

무엇이 내 것인지 궁금한 날

집 한 채 짊어지고 곰절 간다


불모佛母 품에 결가부좌 튼

천년 불심 산가람山伽藍

곰절 찾아간다


☞ 성주사는 창원 일대 최고봉 불모산 자락 한가운데 자리 잡은 중부 경남 최대 최고의 명찰이다.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심산유곡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곳으로, 사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울창한 숲과 더불어 요천청류(樂川淸流)로 불리는 맑은 계곡물이 사철 흐르고 있어 불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는 공간이다.

성주사는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이 창건하여 ‘금(金)절’이라 불렸다는 설도 있지만, 역사적 기록은 없고, 공식적으로는 827년(신라 흥덕왕 2년) 왜적의 침입을 무염화상의 도력으로 물리쳤는데 이에 왕은 매우 기뻐하며 불모산에 큰 절을 지어 공을 기리게 함에 따라 이때부터 ‘성인이 상주하는 절’이라는 뜻의 ‘성주사’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한다. 그 이후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진경 대사가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역사서에는 기록되어 있다.

중건 당시 곰들이 역사를 도운 이야기와 깨달음을 얻어 큰스님이 된 곰 이야기 등 곰과 얽힌 많은 설화를 품고 있어 산과 사찰 이름이 곰과 깊이 관련을 맺고 있다. 고려 시대에서 조선 후기까지 불모산은 웅산으로, 성주사는 웅신사로 역사서에 기록돼 있으며 민간에서는 지금까지도 곰절로 불리고 있다. 곰은 지모신을 나타내는 순수 우리말이지만 이런 설화들이 워낙 유명했던 때문으로 짐작된다.

성주사 계곡은 요천계곡으로도 불리는데 조선 후기 지역의 선비들이 요천시사(樂川詩社)라는 유계(遺契)를 창립해 성주사 아래 계곡에서 매년 3월 3일, 9월 9일에 시회(詩會)를 펼쳤다는 기록이 작품들과 함께 남아 있다.

시·글= 김일태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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