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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 배려제품 생산하고 싶어요”

중증장애여성 이지브라 개발

대학 창업대상 ‘눈솔’ 탐방

기사입력 : 2021-09-15 12:01:19

“이지브라는 ‘중증여성장애인도 브래지어를 쉽게 입고 벗을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기존 후크식 브라는 일반 여성들에게만 기준이 맞춰져 있어, 한쪽 팔이 없는 여성들에게는 불편합니다. 등산용 신발에 주로 사용되는 보아다이얼을 전면 부착해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경상국립대 링크사업단 창업동아리 ‘눈솔’ 구건우 학생은 ‘편리한 탈착의 방식’을 이지브라의 장점으로 꼽았다. 다이얼 형식의 장치를 통해 사이즈 조절이 자유롭고, 세척 땐 분리도 가능하다.

눈솔은 8월 23~27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산하 경남콘텐츠코리아랩이 주최한 ‘콘텐츠 창업 아이디어 해커톤 대회’에서 ‘중증여성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이너웨어 개발’을 주제로 대상을 차지했다. 해커톤은 해커와 마라톤의 합성어로, 팀을 구성한 후 한정된 기간 내 아이디어를 내고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대회다. 이날 도내 6대 대학 18개팀이 출전해 경합을 벌였다.

경상국립대 창업동아리 ‘눈솔’ 구건우 학생이 지난달 27일 경남콘텐츠코리아랩이 주최한 해커톤 대회에서 이지브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경상국립대 창업동아리 ‘눈솔’ 구건우 학생이 지난달 27일 경남콘텐츠코리아랩이 주최한 해커톤 대회에서 이지브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눈솔은 소나무에 내려앉은 눈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속옷에 대한 깨끗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도록 지었다. 이지브라는 2018년 기획됐다. 조선대·전남대·호남대 대학이 참여하는 유스타트업 사우나(U-Startup Sauna) 프로그램에서 눈솔의 제품이 대표 성과물로 지정되면서, 광주시의 지원을 받게 됐다. 2019년 호남대 의류학과와 이지브라의 초기 시제품을 완성했다. 특허도 등록된 상태다. 대회 전 이미 초도물량 생산 계획을 짜던 시기였기에 발표 준비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고. 하지만 경상국립대 대표 자격으로 나가는 대회인 만큼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경상국립대 창업동아리 ‘눈솔’이 개발한 이지브라. 한쪽 팔이 없는 중증여성장애인들도 편하게 탈착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눈솔/
경상국립대 창업동아리 ‘눈솔’이 개발한 이지브라. 한쪽 팔이 없는 중증여성장애인들도 편하게 탈착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눈솔/

구건우 학생은 “원래 팀원은 총 5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대회 참가 인원이 3명으로 제한돼 있었기에 의류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콘텐츠 개발 당시 교수님의 멘토링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계점도 있었다. 특정집단이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낙인찍히는 순간,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패션보조용품·수유보조용품·스포츠용품 3가지 분야로 세분화한 피봇팅 전략을 세웠다. 내년 3월께 대학병원과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에 기부형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구건우·신보미·하지은 학생으로 구성된 경상국립대 창업동아리 ‘눈솔’이 해커톤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눈솔/
구건우·신보미·하지은 학생으로 구성된 경상국립대 창업동아리 ‘눈솔’이 해커톤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눈솔/

구건우 학생은 “경영 분석이나 예측이 아닌 직접 팔아보면서 시장 가치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는 멘토의 조언이 있었다. 의료기관에 공급한다면, 제한적이나마 B2C 시장에 대한 평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초도물량은 최대 300개 정도로 잡고 있다.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반응이 좋은 제품을 런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회 심사 당시 기능성이 강조되는 스포츠용품의 경우, 기존 브랜드 제품과 비교했을 때 성능·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추후 마케팅과 디자인 요소를 보완하는 게 목표다.

신보미 학생은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 배움을 계기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하지은 학생도 “대회가 진행될수록 팀원의 소중함을 느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구건우 학생은 최근 한국에 메이커 문화를 전파한 타이드 인스티튜트의 팹랩제주를 인계받아 제주 학생들에게 창업문화를 알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분야를 접해보는 경험 자체가 도전”이라면서 “이런 경험들을 통해 이지브라의 객관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앞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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