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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두고 해고통지 받은 조선소 하청업체 50대 여성 '절규'

기사입력 : 2021-09-15 17:29:45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해고 통보를 받은 조선소 하청업체의 50대 여성 발판공이 국민연금 체불(횡령), 불안한 고용과 마구잡이 해고, 저임금 고된 노동 등 조선소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노조는 지난 14일 거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보장과 국민연금 체납 피해 해결을 촉구했다.

노조는 “정부가 지난 2016년 7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해 4대 보험 체납유예 조치를 시행했지만 일부 하청업체들이 정부의 4대보험 유예처분을 악용해 매달 노동자 월급에서 4대보험료를 공제해 이를 다른 용도로 횡령하는 범죄행위를 아무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거제시청 앞에서 대우조선 하청업체 발판공으로 일하다 업체 폐업으로 해고통지를 받은 나윤옥(52)씨가 조선소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호소하고 있다./김성호/
지난 14일 거제시청 앞에서 대우조선 하청업체 발판공으로 일하다 업체 폐업으로 해고통지를 받은 나윤옥(52)씨가 조선소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호소하고 있다./김성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발판업체인 J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나윤옥(52)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나씨가 다니는 j기업은 2016년 이후 매년 국민연금을 체납해 지금까지 총 18개월 4억 5000만 원이 넘게 체납된 상태다. 1인 당 400~5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j기업은 내달 폐업을 예고한 상태다.

나씨는 “저의 노후대책이라고는 국민연금이 전부”라며 “국민연금 보험료 체납은 제 노년을 도둑질하는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j기업 대표는 매월 노동자 월급에서 공제한 돈을 횡령하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4대보험료 징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노동자가 보고 있다”며 “국민연금 체납(횡령)은 j기업 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안에 있는 대다수 하청노동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의 노후자금 국민연금을 제대로 징수 안 한 정부는 하청노동자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며 “또한, 국민연금 체납 사실과 예상되는 피해를 뻔히 알면서 아무런 조치도 없이 수수방관한 원청 대우조선해양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씨는 “지난 10일 아침뉴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산업을 확고한 세계 1위로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8000명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내년이면 조선소 노동자가 많이 필요해서 ‘인력 보릿고개’가 온다는데 대우조선해양은 j기업이 폐업하면 고용승계는 안 된다고 한다. 재하도급 물량팀은 다른 업체로 옮겨 계속 일하게 하면서 오래 일해 온 저 같은 본공들은 나가라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요즘 발판 하청업체 인력난이 심각하다면서도 하청업체 공중분해시키고 고용승계는 안된다니 정년 때까지는 일을 해야 하는데 8월 31일 오후 2시 13분에 ‘해고예고통지서’라고 하면서 문자로 한 장 덜렁 보내왔다. 이런 짓거리는 하청노동자를 사람이 아닌 일회용 소모품으로 보는 것”이라고 절규했다.

나 씨는 “조선소에 쉬운 일은 없다. 조선소 일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발판(비계)은 노동강도가 최악”이라며 “그럼에도 임금은 10년 전 임금, 아니 물가인상 폭에 비하면 10년 전보다도 못한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발판은 위험한 곳에 매달려 생명을 담보로 설치, 해체할 때도 많다. 조선소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더럽고 가장 위험한 일인데도 발판노동자 임금이 최저시급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더구나 “근로기준법에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인데 왜 일당제 발판노동자는 9시간을 1공수로 계산하고, 8시간 일하면 1공수에서 1시간 임금을 뺀단 말인가”라며 “9시간 1공수로 임금을 지급하는 건 어느 나라 법이냐”고 물었다.

나 씨는 조선소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적하며 “조선소의 여름, 이건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씨는 “두꺼운 철 구조물이 열을 받아 탱크 속 온도는 60도가 넘는다”며 “아침 8시에 시작해 10시에 10분 잠시 쉬려고 탱크에서 나올 때는 땀에 젖은 작업복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안전화가 구멍 뚫린 장화처럼 물이 흥건하다. 온갖 먼지에 땀에 젖은 작업복, 거지가 따로 없다”며 “쉬는 시간 끝나고 다시 탱크로 들어갈 때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푼이라도 벌어야 살 수 있으니까 참고 다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씨는 “한 여름에 온열 질환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는 동료도 많이 봤다”고 했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젊은 노동자가 쓰러져 발견돼서 끝내 죽은 경우도 있었다”며 “하청노동자란 이유로 보상도 제대로 못 받고 개죽음당하는데 누구 하나 개선할 생각조차 안한다고 말했다.

“그저 급하다, 바쁘다, 긴급이다, 이런 소리나 하지 팬이나 쿨러 설치해서 노동조건 개선할 생각은 안한다”며 “하청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건 강 건너 불구경, 아무런 재발 방지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데 세계 1위 조선소가 되면 무엇합니까? 누구와 같이 만든 세계 1위 입니까? 세계 1위는 원청이 혼자 만들었습니까? 대한민국 조선소에서 배는 하청노동자가 있어야 만들어 집니다”

나 씨는 “하청노동자를 1회용 소모품으로 여기는데 세계 1위면 무엇하냐”며 “제발 하청노동자를 귀하게, 소중하게 여겨달라”고 일침했다.

마지막으로 나 씨는 “노후자금 국민연금 체불(횡령), 불안한 고용과 마구잡이 해고, 저임금 고된 노동, 열악한 작업환경 이 4가지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 4가지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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