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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장갑 끼고 맞잡은 손’ … 추석 앞둔 요양병원 풍경

여보, 이게 얼마 만에 잡아보는 손이야…

기사입력 : 2021-09-16 21:12:43

추석 앞둔 요양병원 대면 면회 허용

백신 완료한 최훈식씨 아내 면회

비닐장갑 낀 채 손 꼭 붙잡고 대화

나지막한 아내 웃음소리에 행복

“다음엔 가족들 모두 모였으면…”


“여보, 잘 지냈어? 예전에 나보고 항상 썩을 놈이라고 말한 거 기억나는가? 속 많이 썩였었지…. 그래도 오늘은 이렇게 손도 잡고 하는데 남편이라 말해줄 거지?”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6일 오전 10시 창원 희연요양병원. 3년째 입원 중인 아내를 만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최훈식(75·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씨는 휠체어에 탄 채 면회 장소로 들어서는 아내 임현식(74)씨를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이내 맞잡은 양손. 비닐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그리움의 온기는 서로에게 따뜻하게 전해졌다.

추석을 닷새 앞둔 16일 오전 창원 희연요양병원에서 최훈식씨가 입원중인 아내의 양손을 꼭 붙잡고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추석을 닷새 앞둔 16일 오전 창원 희연요양병원에서 최훈식씨가 입원중인 아내의 양손을 꼭 붙잡고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날 최씨 부부의 만남은 정부가 추석 특별방역대책으로 지난 13일부터 오는 26일까지 2주간 백신 접종자에 한해 요양병원 대면 면회를 허용하면서 이뤄졌다. 명절 기간 대면 면회가 허용된 것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이다. 최씨는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병원에 전화해 면회 예약을 신청했다.

이날 주어진 면회 시간은 20분. 최씨는 두 달 만에 만난 아내의 손을 한순간도 놓지 않고 둘만의 추억 이야기를 꺼냈다. 투병 생활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게 된 아내지만 남편의 농담에는 나지막한 소리로 웃었다. 최씨는 그런 아내가 사랑스럽고 고마운 듯 맞잡은 손을 더욱 움켜쥐고 한 번이라도 더 웃음소리를 듣기 위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내 임씨는 2017년 9월 뇌동맥류 파열로 갑작스럽게 쓰러져 이듬해 2월 병원에 입원했다. 애처가인 최씨는 코로나19 발생 전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30분간 버스를 타고 찾아와 식사를 챙겨주는 등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최씨는 모든 간병 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비대면 면회 예약일마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아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됐다. 지난 6월 처음으로 대면 면회가 허용돼 몇 차례 만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난달부터 재차 금지된 상황이다.

최씨는 코로나19 이후 맞은 세 번째 명절임에도 가족들이 함께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딸 최선희(45)씨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고, 아들 최용희(40)씨는 아직 2차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틈틈이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고 있지만, 아내의 몸 상태에 따라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가슴 아픈 상황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씨는 “오늘은 아내의 몸 상태가 좋아 보여 기분이 좋다. 두 달 전 대면 면회 때에는 말을 해도 반응이 없어 걱정이 많이 됐었다. 하루빨리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어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내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의 면회가 끝나자 병원 직원들은 면회장을 꼼꼼히 소독한 후 다음 면회객 맞이에 나섰다. 희연요양병원은 추석 특별방역대책 기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사전예약을 한 보호자를 대상으로 대면·비대면 면회를 진행하고 있다. 추석 연휴기간 면회 예약은 일찍이 마감됐다.

이주형 희연요양병원 간호팀장은 “코로나19 백신접종자가 증가하면서 그전보다 대면 면회 횟수가 비대면 면회보다 많아졌다”며 “발열체크, 손 소독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안전하게 면회가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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