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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전 혀 절단, 70대 여성 항고심도 기각

기사입력 : 2021-09-17 19:53:05

부산고법이 이달 6일 항고인인 최모(75)씨 재심 요청을 또 기각했다.

최씨는 56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재심 요청을 기각한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법원이 또 기각했다.

재판부는 "청구인들이 제시한 증거들이 무죄 등을 인정할 새로운 명확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법권의 소송지휘권 행사는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법률적 환경하에서 범죄의 성립 여부와 피해자의 정당방위 등 주장에 대한 판단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부산지법의) 재심 기각결정문을 그대로 복사한 듯 똑같다.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하는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산지법 재판부는 올해 2월 재심 청구를 기각하면서 "정당방위에 관한 법리를 논할 때 언제나 등장하고 회자됐던 '혀 절단' 사건의 바로 그 사람이 반세기가 흐른 후 이렇게 자신의 사건을 바로 잡아달라고,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달라고, 성별 간 평등의 가치를 선언해 달라고 법정에 섰다. 재판부 법관들은 청구인의 재심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청구인의 용기와 외침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커다란 울림과 영감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최씨는 56년 전인 1964년 5월 6일(당시 18세)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씨에게 저항하다 그의 혀를 깨물어 1.5㎝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김한근 기자 kh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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