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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과 촘촘히 연결해야 누비자 마음껏 누빈다

창원 공공자전거 누비자 활성화 대책은 (하) 지역성 맞춤 대책은

기사입력 : 2021-09-19 11:14:54

현재 창원시 공공자전거 ‘누비자’가 마주한 현실은 갑자기 찾아온 위기가 아니다. 이용 현황은 지난 2013년 658만건으로 최다 이용 횟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년 전부터 창원시 자전거 이용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토론회가 열렸다. 누비자의 위기를 논의하면서 뚜렷한 문제점들이 드러났고,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지만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누비자는 더 이상 창원시의 자랑이 아닌 골칫거리가 된다.

자전거 인프라 격차 해소하고
시내에만 집중, 마산·진해·외곽지역 소외
새벽시간 이용 제한 풀고 서비스 확대를

창원형 통합 모빌리티 구축해야
타 이동수단과 환승 쉽도록 시스템 정비
버스 닿지 않는 구석구석 이용 가능해야

관광 접목한 테마코스 늘리고
테마코스 2개뿐… 관광지와 연계도 안돼
여가·건강 비중 커진 만큼 새 루트 발굴을

효율적인 재배치 모형 찾아야
특정지역 쏠림 현상으로 대여·반납 불편
터미널별 수요에 맞는 개선방안 마련을

지난 2012년 창원지역 5개 고교생들이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누비자 홍보캠페인을 벌인 후 올바른 이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경남신문DB/
지난 2012년 창원지역 5개 고교생들이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누비자 홍보캠페인을 벌인 후 올바른 이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경남신문DB/


◇인프라·서비스 확대 시급= 서비스에 걸맞지 않는 부족한 자전거 도로는 누비자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10여년 전부터 옛 창원 지역과 마산·진해 지역별 자전거 인프라 편차가 극심하다는 것이 창원시의 공식 조사로 확인됐지만, 대책은 없었다.

지난 2012년 1월 창원시가 실시한 ‘자전거 만족도 시민설문조사’에 따르면 행정구역별로 성산구 89.7%, 의창구 79.6%의 응답자가 긍정적인 만족도를 보인 반면, 마산회원구 63.7%, 진해구 55.7%(3.49), 마산합포구 47.4% 등 마산·진해지역 주민들은 자전거 인프라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정지역에 집중된 시설 역시 누비자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창원대산고등학교 지역정책 연구동아리 ‘눈누난나’팀은 지난 2016년 11월 열린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에서 누비자의 고르지 못한 터미널 분포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창원 시내에만 누비자가 집중 분포돼 있고, 창원 외곽이나 마산·진해에는 시설이 현저히 부족해 의도치 않은 차별이 발생한다”며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인 누비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한적인 누비자 이용시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누비자 정책상 새벽 1~4시 운영이 제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이동에 필요 이상의 교통요금이 발생하는 등 불편이 발생한다는 것이 ‘눈누난나’팀의 설명이다. 이들은 “창원시는 누비자의 재정자립화를 이유로 이용률이 적은 시간대 운영을 중단해 예산을 줄이고자 한다”며 “이는 모든 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누비자 도입 취지와 배치되는 명분”이라고 주장했다.

‘눈누난나’팀은 모든 누비자 터미널의 24시간 운영이 힘들다면, 대리운전 기사 등 이동노동자나 밤 늦게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일부 터미널의 24시간 운영 등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중교통 통합체계 구축= 누비자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전거라는 단일 수단을 넘어 대중교통 전체의 촘촘한 연결고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타 이동수단과의 손쉬운 환승 시스템을 구축하면 자연스레 누비자 이용량도 늘어날 뿐 아니라, 승용차 통행량을 줄이고 궁극적인 친환경 교통정책의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기준 창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7일 창원시청에서 열린 ‘제2회 푸른 하늘의 날 기념식·생태교통 포럼’에서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MaaS)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누비자를 비롯한 버스·철도·택시·개인형 이동장치(PM)·렌터카·카셰어링·공영주차장 등을 하나로 뭉친 창원형 MaaS 단일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제고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친환경 교통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시의 사례처럼 대중교통과 연계한 환승 마일리지 제도 또한 누비자 이용률 증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세종시 공공자전거 ‘어울링’의 경우 버스 이용 전후 1시간 이내 대여 시 1회당 500마일리지가 쌓이고, 어울링을 대여할 때 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다. 버스가 닿지 않는 구석구석 ‘퍼스트-라스트 마일’을 공공자전거로 이동하는 체계를 구축, 시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창원의 경우 버스뿐 아니라 도입 예정된 간선급행버스체계(BRT)·수소트램과 누비자의 환승시스템을 연계한다면 누비자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관광 접목 ‘테마코스’ 확대= 자전거는 간편한 이동 목적을 넘어서는, 범용성이 높은 이동수단이다. 특히 경관이 좋은 곳에서 자전거를 타며 여가생활을 즐기거나,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비중도 매우 높다. 따라서 창원의 관광명소와 누비자의 연계를 통한 여가 증진 대책을 수립한다면 누비자 이용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창원시도 이미 누비자 ‘테마 코스’를 안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양한 테마코스와 함께 자전거를 즐겨보라’며 누비자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 코스는 단 2개(진해시내 코스·창원중심가 코스)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해안도로를 끼고 있는 진해시내 코스와 달리 창원중심가 코스(창원시청~경륜장~충혼탑~창원여고앞~벗꽃길~창원대로~성산패총~창원대로~중앙체육공원~창원광장~도청~창원의집~용지문화공원~시청)는 이렇다 할 특색이 없어 테마코스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창원시민 이지한(30)씨는 “주말이면 취미로 자전거를 많이 타는 편이다. 집 근처에서는 누비자를 타기도 하는데, 해양드라마세트장이나 저도연륙교 등 경치가 좋은 관광지역에서는 개인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가서 타고 있다”면서 “창원이 전국적인 관광도시는 아니지만,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없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귀산동처럼 소수라도 누비자 시설을 설치해 놓으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창원시 공공자전거 시스템인 ‘누비자’ 자전거를 타고 포즈를 취한 외국인들./경남신문DB/
창원시 공공자전거 시스템인 ‘누비자’ 자전거를 타고 포즈를 취한 외국인들./경남신문DB/


◇재배치 문제 효율성 제고= 누비자는 물론 전국의 공공자전거는 이용이 끝난 자전거의 재배치 과정에 ‘쏠림 현상’이라는 공통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자리·학교가 몰려 있는 지역 등 특정 지역으로 불특정 다수 구간의 자전거가 쏠리면서 터미널이 가득 차 반납에 어려움을 겪거나, 빠른 재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시간으로 터미널 현황에 맞게끔 자전거 재배치가 이뤄지면 문제 없지만, 이미 누비자 배송인력이 전체의 50%가 넘고 인건비 비중도 70%가 넘는 등 예산의 제약이 있어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전거 쏠림 현상을 최소화하고 공공자전거 터미널별 수요에 맞는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하영 경남대학교 프로네시스융합학부 교수·이태헌 동국대 안구와사회협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등 5명의 연구팀은 지난 1월 한국데이터정보과학회지에 게재된 ‘공공자전거의 쏠림현상 해소를 위한 동적 재배치 라우팅 모형: 창원시 누비자 사례’ 논문을 통해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누비자 터미널 간 상호의존성 고려를 위해 터미널별 일별 이동 쏠림을 예측, 이를 가중치로 활용한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성수기와 비수기로 구분해 배송인력의 투입 규모를 조절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요일별로 변화하는 쏠림 정도를 고려한 1일 단위 계획 수립으로 불필요한 라우팅을 줄이는 방식이다.

해당 연구팀은 “하루 단위가 아닌 야간·주간 등 시간 단위로 이용량을 예측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터미널별 국지적인 기상기후 특성 데이터 등을 구축한다면 성공적인 재배치 계획을 통해 누비자의 양적 확대·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교신저자로 참여한 정 교수는 “누비자의 경우 네트워크형 서비스이기 때문에 한 곳이 밀리면 전체적으로 밀리게 된다”면서 “결국은 쏠림이 없게끔 최적화된 재배치 루트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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