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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스는 내 작품을 타자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무대”

마산현대미술관, 17일 세미나실서 ‘무빙 테이블 토크’

고충환 미술평론가·로이드신갤러리 대표 등 20명 참여

기사입력 : 2021-09-19 13:04:44

“시각예술은 작품을 눈앞에 드러내는 일이에요. 현전(現前)이야말로 예술의 속성입니다. 현전이 없다면 예술은 없다고 봐야죠. 여기 마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작가 오픈 스튜디오를 비롯한 모든 전시 행위도 현전입니다. 레지던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와 타자 간의 소통이에요. 자신의 작품을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인 셈이죠.”

17일 오후 마산현대미술관 세미나실에서 ‘무빙 테이블 토크’가 열리고 있다./주재옥 기자/
17일 오후 마산현대미술관 세미나실에서 ‘무빙 테이블 토크’가 열리고 있다./주재옥 기자/

아트인컬쳐 김복기 대표가 정의한 레지던스의 본질이다. 마산현대미술관은 지난 17일 오후 3시 세미나실에서 ‘2021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연계한 무빙 테이블 토크를 가졌다. 무빙 테이블 토크는 참가자들이 격식과 주제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다. 이날 마산현대미술관 김창수 관장이 좌장을 맡고, 고충환 미술평론가와 로이드신갤러리 로이드신 대표가 한국 미술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마산현대미술관 입주작가 6명을 비롯한 전국 10여명의 작가들도 참여했다.

17일 오후 마산현대미술관 세미나실에서 ‘무빙 테이블 토크’가 열리고 있다./주재옥 기자/
17일 오후 마산현대미술관 세미나실에서 ‘무빙 테이블 토크’가 열리고 있다./주재옥 기자/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현대미술과 생태’ 발제를 통해, 미술계에 대두되는 인간세 담론에 주목했다. 고 평론가는 “인간과 자연의 교감이 눈에 띄게 훼손되고 있다. 자연미술을 인간의 삶과는 별개로 자연 자체에 한정하는 경향이 있는 데,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면서 “생태미술이 인류가 맞닥트린 환경재앙의 대안이 될 수 있고, 인문학적 상상력을 활성화시킬 형식실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 사례로 마을미술프로젝트·포장마차미술·게릴라형 미술을 꼽았다.

남가람박물관 이성석 관장이 마산현대미술관 입주작가들의 오픈 스튜디오를 방문해 예술가가 가져야 할 사명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남가람박물관 이성석 관장이 마산현대미술관 입주작가들의 오픈 스튜디오를 방문해 예술가가 가져야 할 사명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마산현대미술관 내 오픈 스튜디오 전경. 오른쪽에 조현수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주재옥 기자/
마산현대미술관 내 오픈 스튜디오 전경. 오른쪽에 조현수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주재옥 기자/

로이드신갤러리 로이드신 대표는 지역작가들을 위한 ‘유수 화랑 입성 노하우’를 전수했다. 로이드신 대표는 “시기별 포트폴리오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또 전국 아트페어를 참가해 내 작품과 비슷한 경향을 가진 부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3~4군데 화랑으로 압축했다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작가들이 화랑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미술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아트인컬쳐 김복기 대표는 “오늘의 미술은 과거처럼 어떤 하나의 양식을 두고 움직이는 세상이 아니다. 1980년대까지 전 세계적으로 주류양식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다변화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권 중심에서 아시아와 중동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최근엔 흑인이 이끄는 블랙파워도 엄청 나다. 세계 미술이 재편되는 과정으로 봐도 무방하다”면서 “스마트화 되면서 세계 중심으로 들어가기 훨씬 쉬워졌다. 나와 세계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위계도 사라졌다. 마산에서 활동하더라도 바로 세계에 뛰어들 수 있는 무한 자유경쟁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마산현대미술관 레지던스 작가로 참여하고 있는 정창훈 작가가 오픈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그리고 있다./주재옥 기자/
마산현대미술관 레지던스 작가로 참여하고 있는 정창훈 작가가 오픈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그리고 있다./주재옥 기자/
17일 마산현대미술관 오픈 스튜디오를 찾은 작가들이 공태연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17일 마산현대미술관 오픈 스튜디오를 찾은 작가들이 공태연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올해 5월부터 마산현대미술관 레지던스 작가로 참여하고 있는 윤정한·윤춘향 부부가 오픈 스튜디오에 걸린 자신들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올해 5월부터 마산현대미술관 레지던스 작가로 참여하고 있는 윤정한·윤춘향 부부가 오픈 스튜디오에 걸린 자신들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작품 가격에만 치중하는 예술가의 태도도 개선돼야 할 덕목으로 지적됐다. 예술성과 시장성의 균형이 맞아야만 이상적인 미술시장이 형성된다는 것. 마산현대미술관 김창수 관장은 “순수미술의 본질을 벗어나 장식적인 것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대중의 취향에 미술을 맞춰가는 행위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들의 심도 있는 질문도 쏟아졌다. 작품 가격이 단기간에 수직상승하는 현상이 바람직한지, 지역작가들이 화랑 네트워크(스폰서)에 의존하는 게 옳은 건지, 작품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MZ세대의 행위가 미술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이다.

한편 무빙 테이블 토크에 앞서 올해 5월 입주한 레지던스 작가(공태연, 윤정한·윤춘향, 정창훈, 조현수, 최봉석) 6명의 스튜디오도 공개됐다. 최종 결과물은 10월 1~16일 전시된다. 이밖에 메디치 수상 작가의 작품을 10월 16일까지 마산현대미술관 제2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사진=주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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