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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의로운 사람들- 강진태(진주본부장)

기사입력 : 2021-09-26 20:34:41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의로운 사람들이 많다. 각박한 사회라는 표현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의 수호자는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을 안위를 뒤로 한 채 남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선뜻 나서는, 의로운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가 자신을 구하지 못한 사람, 범죄현장에서 피해자를 구하려다 생명을 잃는 사람, 화재현장의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다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 모두 의로운 사람들이면서 의사자다.

어디 이들뿐인가. 넉넉하지 않은데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끊임없이 기부에 나서거나 몸과 마음을 바치는 각종 봉사활동을 펼치는 사람, 이들도 의로운 사람들이다. 살만한 우리사회는 이런 사람들이 만들고 있다.

최근 진주시 인근 남해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차량 탑승자를 돌보려던 60초반 현직 의사가 또 다른 교통사고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진주 시내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내과를 개업 중인 이영곤 씨는 이날 고향을 다녀오던 중 앞서가는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나자 즉시 갓길에 차량을 세우고, 사고 차량으로 달려가 탑승자의 부상 여부를 살폈다. 큰 부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와 운전석에 오르기 직전 뒤에서 오던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이 씨를 덮쳤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지고 말았다. 이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그의 수많은 지인들이 슬픔과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평소 배려와 봉사, 희생의 대명사인 고인의 삶이 이번 사고와 연결됐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자신이 어린 시절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에, 병원 개업 후에는 치료비가 없는 환자들에게는 무료 진료를 베풀고, 지역인재들에겐 장학금을, 20년째 교도소 재소자 진료를 이어오는 등 주위의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사실 사고 당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앞차의 사고를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이 원장은 참변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의료인으로서 부상자가 발생했을 수도 있는 사고 현장을 그냥 지나가지 못했던 것이다.

의료인으로서 인간의 생명을 존중히 여기고,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중략)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켰다는 거창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의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라고 믿는다. 또 대부분의 의인들이 이 원장과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 원장의 행적은 곧바로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이 원장 같은 사람들이 많아야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지탱된다. 이런 사람들의 행적을 남기고 오래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강진태(진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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