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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중고통에 우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황전원(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기사입력 : 2021-10-14 19:53:25

코로나 시대를 힘겹게 견디는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일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가습기의 소독과 살균을 위해 물에 넣은 살균제가 기포가 되어 인체에 흡입됨으로써 각종 질환이 발생한 사건이다. 기업은 인체에 전혀 무해하다고 광고하였고, 정부는 판매를 허가하였다. 공식적으로 정부에 피해를 신고한 사람만 7500명이 넘고, 이 중 사망자가 1500여명에 달한다. 가습기의 물에 직접 살균제재를 용해하여 사용하는 무모한 방식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전대미문의 참사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질환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힌 지 1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피해자 7500여명 중 정부로부터 피해 인정을 받은 사람은 4200여명이고, 나머지 약 3300여명은 피해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가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개연성만 확보되면 인과관계로 추정해주는 환경성 질환의 특성을 간과한 채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고집하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특조위와 피해자의 노력 끝에 피해 인정 기준이 완화되는 내용으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2020년에 개정됨으로써 이들에 대한 구제의 길이 열렸다. 또 기존에 폐 질환 위주로만 인정하던 것을 기관지염, 천식, 비염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인정 질환도 확대되었다.

따라서 정부는 개정된 법 취지에 따라 아직 인정받지 못한 3300여명을 하루빨리 구제하여야 한다. 동시에 가해기업은 정부의 피해 지원과는 별도로 위자료, 손실 보상 등 합당한 배·보상을 신속하게 시행하여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폐 질환을 비롯하여 천식, 기관지염. 비염 등 호흡기 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자칫 코로나에 걸리면 연관성이 깊은 호흡기계 질환으로 인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에 가습기 피해자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당사자가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라는 식이다. 일례로 코로나 초기 마스크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피해자들에게 우선 배려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죄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배·보상이 늦어져 신체적, 경제적 고통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 위협까지 겹쳐 그야말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국민들의 각별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황전원(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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