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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이이효재의 길- 김민영(진해여성회관장·사회학자)

기사입력 : 2021-10-14 19:53:24

“누구든지 필요한 사람, 어디든지 만나서 서로 요구하는 사람, 서로 통하는 사람, 서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같이 만나서 연대를 형성하는 거야.” 분단을 넘어 차별과 편견 없는 삶을 지향했던 한국 여성운동 1세대 학자 고(故) 이이효재 선생의 말씀이다. 여성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선생의 연구는 가족과 사회, 여성과 분단된 사회의 현실을 ‘사회조사방법론’으로 여성연구자의 관점에서 조명한 첫 사례로 학계의 기록에 남는다.

창원시는 지난달 29일 그가 즐겨 산책한 진해구 소재의 제황산 공원 숲길을 여성친화 테마거리로 만들어 ‘이이효재의 길’로 명명했다. 걸어서 50여분, 2.2㎞에 달하는 제황산공원은 이이효재 선생의 아버지 이약신 목사가 설립한 진해남부교회, 경신사회복지연구소, 진해 최초의 고아원인 ‘희망의 집’과도 멀지 않다.

아버지 이약신 목사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 반대와 ‘예도제중의원’을 설립해 가난한 환자들의 무료 진료와 고신재단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의 죠지뮬러’라 일컫는 아버지 이약신 목사의 가정교육은 훗날, 이이효재 선생이 외쳤던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을 이루어 가는데 이의가 없었을 것이다.

막스 베버는 사회계층의 교육문화 환경에서 한 사람이 갖게 되는 예의와 언어, 습관등은 도덕적 신념과 지식수준, 가치관 형성의 결정적 요인으로 그가 자라온 가정 배경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는 이이효재 선생이 속한 가문(이병승, 이애시, 이봉은, 이보민, 이은화, 이경민)과 후손들의 선한 사회적 역할들이 사회계층적 교육문화 환경에서 가정교육에 의한 사회적 영향력으로 중요하게 발휘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진해 정주민이 아닌 필자는 고 이약신 목사와 이이효재 교수의 발자취를 접하며 등하불명(燈下不明)이라고, 부모 성(姓) 함께 쓰기, 호주제 폐지운동 등 여성과 아동을 위한 정책과 훌륭한 업적들을 남긴 이이효재 선생의 뜻이 부디, 진해지역에서 고증되어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이어지기를 바란다.

김민영(진해여성회관장·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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