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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린이가 뭐예요- 이현근(창원자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21-10-14 20:05:28

나이가 들어갈수록 대화하기가 점점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말귀가 어두워진다는 생물학적인 문제나 세상을 보는 시각차나 세대 차가 아니다. 같은 한글을 쓰는데도 도대체 저 단어가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단어의 중간을 생략하고 첫마디와 마지막 마디만으로 단어를 축약해 얘기하거나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를 사용할 때다. 낯선 외국어를 듣는 것처럼 당황스럽다.

▼요즘 난무하는 신조어 중에 ~린이가 있다. ~린이는 주로 어린이를 뜻하는데 어떤 분야에서 아이들처럼 잘 몰라서 이제 막 배우고 있는 초보자라는 뜻으로 각 분야의 첫 자와 조합해서 신조어로 탄생했다. 골린이, 주린이, 등린이, 헬린이, 요린이, 코린이, 낚린이, 바린이, 금린이, 부린이, 묘린이, 개린이, 캠린이, 자린이, 런린이 등 ~린이 달린 신조어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열거된 ~린이의 뜻을 알고 있을까.

▼골린이는 골프 초보자, 주린이는 주식, 등린이는 등산, 헬린이는 헬스, 요린이는 요리, 코린이는 비트코인, 낚린이는 낚시, 바린이는 바이크, 금린이는 금투자, 부린이는 부동산, 캠린이는 캠핑, 자린이는 자전거, 런린이는 런닝, 폴린이는 폴 댄스, 클린이는 클라이밍, 프린이는 프리다이빙 초보자를 말한다. 묘린이는 고양이, 개린이는 개의 초보 집사를 뜻한다고 한다.

▼~린이 사용을 두고 미성숙한 어린이를 빗댄 것이라 자칫 어린이들에게 나약한 존재로 인식되는 편견을 줄 수 있다며 사용하지 말자는 측과 알아듣기 쉽고 재밌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사실 말이란 개인의 인격을 떠나 욕이든 비속어든 말을 줄이거나 축약하더라도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면 된다. 하지만 혼자만 아는 단어로 얘기를 한다면 대화가 아니라 혼잣말에 불과하다. 외국어도 아닌데 주고받는 우리말이 무슨 뜻인지 점점 알기 어려워진다.

이현근(창원자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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