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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배대균 마산방어전투기념사업회 상임대표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마산방어전투 재조명할 것”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전 중 마산 진전면 일대 45일간의 혈투

기사입력 : 2021-10-20 21:13:59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전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인 ‘마산방어전투’. 부산과 가장 가까웠던 마산이 점령됐다면 한반도의 운명이 바뀌었을 것이다. 한미 동맹군은 45일간의 혈투 끝에 마산을 방어했다. 하지만 다부동 전투, 박진전투 등과는 달리 ‘마산방어전투’는 부족한 기록으로 인해 역사에 남지 못한 채 잊혀져 갔다.

지난달 마산방어전투의 재조명을 갈망하는 창원시민들이 직접 마산방어전투기념사업회를 창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직접 미군 전투일지를 번역하는 등 전투 재조명에 앞장섰던 배대균(87) 배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이 상임대표를 맡았다. 배 상임대표를 만나 마산방어전투의 역사적 의의와 사업회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배대균 마산방어전투기념사업회 상임대표가 마산방어전투 격전지 일대에서 금속탐지기로 직접 발굴한 탄피 등을 보여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배대균 마산방어전투기념사업회 상임대표가 마산방어전투 격전지 일대에서 금속탐지기로 직접 발굴한 탄피 등을 보여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마산방어전투기념사업회를 창립하게 된 배경은?

△6·25전쟁사 중 가장 중요했던 전투였음에도 모두에게 잊혀진 마산방어전투를 창원시민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사업회를 창립했다. 당시 방어에 실패했다면 직선거리로 40㎞ 떨어진 임시수도 부산까지 인민군이 침입해 한국전쟁의 판세가 달라졌을 것이다. 나라의 흥망이 걸렸던 전투로 조명받아야 하지만 국방부가 지정한 6·25전쟁 60대 전투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전투지였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일대 주민들 중에서도 80대 이상 어르신 외에는 대부분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잊혀진 역사를 알리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뜻을 함께한 창원시민들과 함께 지난달 6일부터 사업회 활동을 시작했고, 그동안 마산방어전투에 대해 조사해오던 공로를 인정받아 상임대표를 맡게 됐다.

-마산방어전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1950년 8월 3일부터 9월 16일까지 45일간 마산 진전면 일대에서 인민군과 한미 동맹군 간에 치러졌던 치열한 전투다. 핵심 격전지였던 서북산은 두 달간 고지의 주인이 19번이나 뒤바뀌었고, 이 기간 희생자만 5000여명(인민군 4000여명·미군 1000여명)이 발생했다.

전투 기간 내내 마산지역에 주둔한 미 제24·25사단이 인민군 제6·7사단의 공격을 막았고, 국군 민기식·김성은 부대 등도 전투 초창기에 참여해 활약했다. 인민군은 8월 초, 중순, 말경 등 세차례 사단급 총공격을 펼쳤지만 한미 동맹군은 끝내 방어에 성공했다. 당시 마산이 수많은 희생 속에 처절하게 지켜지면서 재정비할 수 있었던 한미 동맹군은 9월 16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했고 한반도는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됐다.

-모두가 잊고 있었던 전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한국전쟁 당시 중학생이었다. 진해에 살았는데 건너편 마산에서 포격 소리가 나던 기억이 생생하다. 훗날 군대에 입대한 후 관련 자료를 찾아봤지만 마산에서 전투가 있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2016년 진해에 주둔하고 있는 미해군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고, 당시 마산전투에 대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진해 미 해군 사령관의 추천서를 받아 미연방 정부 서류저장처(National Archives)에 보관된 마산방어전투 당시 미25사단의 전투일지를 확보했다. 이후 3년간 A4용지 500매 분량의 일지를 직접 번역해 ‘마산방어전투’란 책을 출간했다.

-직접 금속탐지기를 들고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5년 전부터 뜻을 함께하는 3~4명과 함께 격전지를 중심으로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실종 병사의 군번표를 찾아 고향으로 돌려보내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금속탐지기는 미국에서 직접 사 왔다. 이 과정에서 탄피, 수류탄 파편, 군복 단추 등을 발굴했다. 올해 봄에도 발굴작업을 펼쳤는데 총기를 알 수 없는 탄피가 발견돼 국방부에 조사 의뢰를 맡겼다. 아직까지는 아쉽게도 군번표를 찾진 못했다. 사업회와는 별개로 풀이 없어지는 겨울이 되면 또다시 발굴작업을 펼칠 계획이다.

발굴작업과는 별개로 마산방어전투에 참가했던 국군 생존자를 파악한 성과도 있었다. 현재 마산에 거주하고 있는 류승석(93)씨다. 류씨는 당시 학도병으로 입대해 북한 용병 복장으로 변장해 정보수집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류씨 또한 사업회 창립총회에 참석하는 등 마산방어전투 재조명을 바라고 있다.

-그동안 마산전투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 이제 막 창립한 사업회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사업회는 6·25전사에 마산방어전투사를 등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 국회 등에 적극적으로 마산방어전투 재조명을 건의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장병 유해 발굴 및 사료·유물 조사와 함께 매년 전몰 장병 기림식을 개최할 것이다. 올해는 11월 중 기림식 개최를 검토 중이다.

지역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마산방어전투 전적기념관 건립이다. 현재 마산방어전투와 관련된 시설은 해병대진동리지구전첩비, 서북산진적비에 불과하다. 전국 곳곳 전투가 있었던 곳은 작은 기념관을 가지고 있지만 창원은 아니다. 기념관 건립 필요성은 지역 지성인들과 군 관계자들이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전적기념관이 지어진다면 창원지역 호국정신을 기르기 위한 산교육장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 추진할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마산방어전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주요 인물의 콘텐츠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주요 인물로는 한국전쟁 당시 서북산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로버트 티몬스 대위가 있다. 티몬스 대위의 아들과 손자도 한국에서 군인으로 근무했는데, 3대가 한반도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이야기를 살려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앞서 언급된 류승석 참전용사 또한 마산방어전투를 직접 보고 느낀 인물로 공로에 맞는 대우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사업 진행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사업회는 사명감을 가진 시민들이 모여 창립됐지만, 지자체 지원 없이 회원 회비와 모금을 통해 활동하고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 시민들이 먼저 나서서 지역 역사를 기리겠다는데 지자체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마산방어전투의 중요도는 명확한 사실이다. 창원시는 지역의 중요한 역사유산인 마산방어전투를 후대에도 널리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방부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사업회가 마산방어전투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면 적극 검토해 6·25전사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 배대균 상임대표는

1935년 진해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나오고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1966년 해군 대위로 임관해 진해해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중 1968년 월남전에 파병돼 병사들을 치료했다. 이듬해 전역 후 마산으로 이동해 배신경정신과의원을 개원해 올해까지 53년째 운영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확보한 마산방어전투 미군 전투일지를 번역해 ‘미25보병사단 마산방어전투 실화 번역집’ 등 책을 출간했으며, 2021년 9월 마산방어전투기념사업회 상임대표를 맡아 전투 재조명에 앞장서고 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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