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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열 동상 ‘4·11 민주항쟁’ 명칭 삭제

제막 원한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명칭 논란 차후 대응…한발 양보”

기사입력 : 2021-10-20 21:17:11

민주운동 단체 간 갈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주열 열사 동상 시설물의 ‘4·11민주항쟁’ 문구가 결국 삭제됐다.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이하 김주열사업회)가 조속한 동상 제막을 이유로 창원시에 양보 의사를 밝혔고, 이를 수용한 시는 문구를 삭제·수정해 오는 25일 제막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4·11민주항쟁 명칭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어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창원시는 김주열사업회와의 협의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김주열 열사 동상 시설물 내 ‘4·11민주항쟁’ 문구 삭제·수정 작업을 진행해 지난 19일 마무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김주열 열사 인양지 앞 동상에는 논란이 됐던 ‘4·11민주항쟁’ 문구가 삭제돼 있었다. 석재 시설물에 적힌 문구를 지우기 위해 깎아낸 돌가루만 바닥에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지난 7월 28일 김주열 열사 동상 시설물에 명시돼 있던 ‘4·11민주항쟁’ 문구(왼쪽)와 20일 해당 문구가 삭제된 시설물 모습(오른쪽). 창원시는 최근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와의 합의를 거쳐 해당 문구를 삭제·수정했다.
지난 7월 28일 김주열 열사 동상 시설물에 명시돼 있던 ‘4·11민주항쟁’ 문구(왼쪽)와 20일 해당 문구가 삭제된 시설물 모습(오른쪽). 창원시는 최근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와의 합의를 거쳐 해당 문구를 삭제·수정했다.

당초 시설물 뒤편에는 ‘4·11민주항쟁’과 함께 ‘마산 3·15의거’, ‘4·19혁명’ 등 1960년 민주화운동에 대한 소개글이 적혀 있었지만 ‘4·11민주항쟁’을 포함한 모든 소개글이 삭제됐다. 대신 ‘1960년 4월 1일 김주열 열사 이 바다에 민주의 횃불로 떠오르다’라고 적힌 대형 석재 현판이 새롭게 걸렸다. 건립 취지문, 김주열 열사 소개문 등에 명시됐던 ‘4·11민주항쟁’은 ‘60년 4월 11일’로 수정됐다.

김주열 열사 동상 내 명칭 갈등은 지난 7월 중순부터 3개월간 지속돼 왔다. 창원시는 1억 5000만원을 들여 김주열 동상을 건립했지만, 동상 제막식을 앞두고 3·15의거기념사업회에서 시설물에 명시된 ‘4·11민주항쟁’이란 명칭은 역사왜곡을 조장한다며 시에 삭제를 요구했다. 이에 동상 건립 사업에 참여한 김주열사업회 측은 독자적 명칭 사용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해 왔다.

두 민주단체간 갈등으로 김주열 열사 동상은 제막식도 열지 못한 채 3개월간 천에 꽁꽁 싸여 있어야만 했다. 예상치 못한 논란에 김주열 동상이 제막되지 못하자 김주열사업회는 이달 초 비상운영위원회를 열고 동상 제막을 위해 4·11민주항쟁 명칭 논란에 대해 한발 양보하기로 결정했다.

김숙연 김주열사업회 이사는 “김주열 동상은 천에 쌓인 채 폭염, 장마,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김주열 열사를 위해 천을 걷어내고자 한발 양보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4·11민주항쟁이란 명칭이 잘못돼서 삭제 결정을 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논쟁이 있을 것이고 명칭 논란은 차후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는 20일 김주열 열사 동상 제막식을 오는 25일 오후 4시에 진행하기로 확정했다. 김주열 열사 동상은 왕광현 작가(대표작품 속죄상)가 제작했다. 기단부를 포함한 높이 4.9m, 넓이 4.7m×6.1m 규모로 청동(브론즈)재질이다. 교복을 입고 오른쪽 가슴에 두 손을 얹은 김열사가 바다에서 솟아오른 모습을 표현했다.

한편 ‘3·15의거 발원지 기념관’도 오는 26일 개관식을 갖고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시는 1960년 3월 부정선거에 항거해 마산시민과 학생들이 3·15의거를 일으킨 발원지에 ‘3·15의거 발원지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다. 마산합포구 문화의길 54에 위치한 기념관에는 △지하 영상실(3·15의거 다큐멘터리 ‘제목: 타오르는 민주주의, 마산 3·15의거’ 상시 상영) △1층 ‘깊은 울림’ △2층 ‘강건한 울림’ △3층 ‘힘 있는 울림’을 타이틀로 한 전시실과 △3·4층 교육실 및 회의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3·15의거 발원지 기념관’은 지역의 민주화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장소인 ‘옛 민주당사 부지’가 유흥주점과 음식점으로 운영됨으로써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시민의 염원을 담아 시가 지난 2018년부터 조성에 착수했다. 지난 5월 현대적인 감각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하고, 8월초 전시물 제작과 설치를 마무리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민주화 역사에서 의미 있는 공간을, 3·15의거 정신이 널리 전파되고 후대에 계승되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3·15의거 발원지 기념관’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되돌려줄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많은 시민들이 기념관을 방문해 3·15의거의 역사적 사실을 되돌아보고 민주주의의 참 의미를 알아가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김주열 열사 동상 또한 시민들에게 진정한 민주주의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길 바라며,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가 역사적 명소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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