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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주체 바뀐 ‘동서미술상’ 첫해부터 삐걱

운영위, 시상금 예산 1700만원 신청

시의회, 1000만원 삭감 700만원으로 올해 동서미술상 수상자 선정 못해

기사입력 : 2021-10-21 21:07:32

운영 주체가 민간에서 창원시로 바뀐 동서미술상이 시상금 예산 삭감 문제로 올해 수상자 선정이 불발되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역예술인들은 창원시가 동서미술상 예산을 증액해 내년에는 수상자를 선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서미술상은 마산 동서화랑 고 송인식 관장이 지난 1990년 사재 1억원을 출현해 제정한 도내 첫 민간 미술상이다. 2013년 송 관장이 별세한 후, 후배 예술인들의 의지와 기업 후원으로 명맥을 이어오다 재정 조달 어려움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었다. 지난 6월 문화예술계 인사 180명이 서명한 건의서를 제출하면서 창원시의회가 조례안을 제정, 회생 기회를 맞았다. 동서미술상 운영위원회는 창원시에 올해 시상금 예산을 1700만원 신청했고 시는 추경에 1700만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시의회에서 1000만원이 삭감돼 700만원으로 조정되자 동서미술상 운영위원회는 지난 13일 회의에서 올해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시상식을 취소하기로 했고 수상자도 선정하지 않았다.

창원시청 전경./경남신문 DB/
창원시청 전경./경남신문 DB/

심재욱 창원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올해 시상금은 금액보다 명예적인 부분이 고려됐으며, 운영을 해 보고 여건에 맞춰 예산을 조정하는 방향을 염두에 뒀다”고 해명했다. 창원시의회 문화환경도시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관련 예산 심의 과정에서 “창원시의 공인된 상이 되기 위해선 검증이 필요하다. 민간이 운영하던 비용 700만원(본상 500만원·창작상 100만원·공로상 100만원)에서 갑자기 1700만원으로 늘리는 건 명분에 맞지 않다”거나 “금액이 많아질수록 과열될 확률이 크고, 심사 과정에서 잡음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창원시 동서미술상 조례안을 발의한 김경희 의원은 “시상금은 처음부터 1000만원이었고, 송인식 관장이 타계한 후 한두 번 정도 700만원을 지급했다. 지역 예술인들은 동서미술상 운영 주체가 민간이 아닌 창원시가 맡게 되면서, 좀 더 나은 예술 환경을 기대하고 있다. 전국 미술상이 6군데 있다. 타 지역의 경우 적어도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을 준다. 특례시를 앞둔 창원시 위상에 걸맞게 상금을 줘야 창작 활동에도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반박했다.

김관수 동서미술상 운영위원은 “30년간 유지된 동서미술상을 창원시 공공재로 키워놓으면 문화자산이 될 수 있다. 문신미술상은 상금만 3000만원이고, 전시를 비롯한 작품 매입비까지 보태면 더 많은 부상이 주어진다. 동서미술상이 지역 미술인들에게 주는 유일한 상이니 만큼, 상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내 예술인들도 동서미술상 가치를 고려해 예산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작가는 “30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상인데, 시와 의회의 소극적인 자세로 올해 동서미술상을 배출하지 못했다. 말만 문화도시 만든다, 현대미술관 유치한다고 이야기할 뿐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투자는 부족하다. 문화예술이 뿌리 내리는 데 10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기존 있는 상을 배척해선 안 된다”고 토로했다.

B작가는 “동서미술상 제정 취지는 후배 예술가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는 거다. 상금 외에도 작가를 발굴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근데 민간이 재정 지원할 때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상금을 준다고 한다. 단지 돈을 주기 위해 미술상을 만든 것이 아니다. 상금만 주고 끝날 거라면 줄 이유도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 이런 규모라면 개인 사비로도 꾸려나갈 수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상을 받고 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이 생긴다. 그러한 태도가 창작 밑거름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서미술상은 2009년부터 5년간 경남스틸㈜ 최충경 회장이 경남메세나와 매칭펀드 결연을 통해 매년 1000만원을 지원해오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리베라컨벤션 김태명 대표가 매년 2000만원을 후원해 운영됐다. 동서미술상은 지금까지 총 3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본상 시상은 취소됐지만, 역대 수상작가전은 12월 16~21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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