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생활 속의 풍수지리] 문필봉이 많은 명당, 구림마을

기사입력 : 2021-10-29 09:05:53
주 재 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에 걸출한 인물들을 탄생시킨 구림마을이 있다. 구림마을은 하나의 마을이 아니라 12개의 마을로 이루어진 광역마을이며 월출산(月出山) 서쪽에 위치해 있고 주지봉이 주산(뒷산)이다. 영암군의 영암(靈巖)은 신령스런 바위란 의미로 구림마을 앞산에 포진하고 있는 바위들은 주상절리(수직 돌기둥 모양으로 갈라진 절리) 형상으로 밝은 색을 띠고 있으며, 정기가 뭉쳐져 있어 끊임없이 마을에 생기를 발산하는 길석(吉石·길한 바위)이다.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월출산 지명은 산이 서해에 접해 있기 때문에 달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구림마을은 도선국사의 탄생에 관련된 설화로도 유명하다. 신라 말 성기동 구시바위에서 최씨 성을 가진 처녀가 빨래를 하던 중 냇물에 떠내려오는 오이를 먹고 아이를 가졌는데, 처녀가 임신을 한 것도 모자라 오이를 먹고 갑자기 아이를 가졌다고 하면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함께 집안이 풍비박산 날 것은 명약관화하기에 숲속 바위 위에 몰래 버리고 며칠 지나 다시 그곳에 가보니 비둘기들이 아이를 감싸며 돌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다시 데려와서 키웠다고 한다. 이 아이가 훗날 풍수와 예언에 달통한 도선국사이며 아이를 던져놓았던 바위는 국사암, 숲은 비둘기 수풀이란 뜻의 구림(鳩林)이라 불린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감도는데, 마을 앞 바위산은 ‘문필봉’으로 문장가나 큰 학자를 배출함을 암시하며,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마을 안의 생기를 보호하기 위해 떡하니 서서 수구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고샅길은 물이 굽이쳐 흘러가는 듯한 ‘곡류형’으로 생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없으며, 황토에 돌을 꼼꼼히 박아 덮개를 기와로 씌운 담장 또한 좋은 기운이 머물기 위한 최상의 높이인 1.5m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육우당(六友堂)은 함양박씨 박흡 장군 6형제가 자란 곳으로 현판 글씨는 우리나라 3대 명필 중의 한 사람인 한석봉이 썼는데, 단아하면서도 기품과 위용을 갖추었다.

고샅길을 따라 걷다보면 주지봉이 발원지인 군서천과 그 위를 지나다닐 수 있도록 놓은 다리(남송정교)를 만나게 된다. 다리의 시작과 끝나는 지점 양 기둥 위에 비둘기를 조각해 앞을 응시하도록 해놓은 것은 마을을 방문하는 외부인들에게 행동거지를 반듯하게 하라는 의미가 있는 일종의 비보물(裨補物·살기를 제압하는 물체)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다리 앞에 위치한 회사정(會社亭·구림마을 사람들의 집회 장소)은 바람을 바로 맞는 좋지 않은 위치에 있지만 정자와 다리 사이에 있는 거송(巨松)이 바람길을 옆으로 비껴나게 함으로써 흉풍을 직접 맞지 않도록 하고 있다. 구림마을은 군서천이 수태극(水太極)의 형상으로 마을 안을 지나면서 땅기운을 응집시키고 있고, 마을 앞쪽에는 구림천이 땅심을 북돋우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국사암을 이곳 사람들은 국사바우라고 부르고 바위가 있는 근처를 국사암 마을이라 한다. 국사암은 도선국사의 출생과 연관성이 깊은 신비로운 너럭바위로 마치 영험한 거북이가 북쪽을 향해 엎드려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바위의 재질은 단단하기로 소문난 화강암이며 오랜 세월 비바람의 흔적을 뒷받침해 주듯 검은색을 띠고 있고 모난 데가 없다. 화강암 바위는 자철광물질이 많아 기도발이 잘 받는다. 국사암 상단부에는 여기저기 Hole mark(구멍 자국)를 많이 볼 수 있다. 작은 돌로 문지르면서 정성껏 소원을 빌다보니 생긴 것이다. 바위 위에 앉아 그냥 비는 것보다 돌과 바위를 부딪치게 하면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효험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바위는 오행(五行)에서 금(金)에 해당하는데, Hole mark에 바위가 머금고 있다가 내놓은 물과 빗물이 고이면 금생수(金生水)가 되면서 영발은 더 세어진다. 구림마을은 앞산의 붓 형상을 한 문필봉과 국사암, 태극 문양의 하천이 한데 어우러져 기찬 명당 마을이 되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