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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농협 농업 뉴딜 (4) 통영동백커피식물원

“희귀동백·커피향 가득한 식물원… 사람들과 공유하고파”

이상현·이지윤 부부가 일군 온실 농장

기사입력 : 2021-11-15 20:59:54

창원에서 국도 14호선으로 고성을 지나 통영 도산면에 다다르면 왼쪽으로 오동산과 시루봉 사이 커다란 비닐하우스 단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비닐하우스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비닐하우스 농장이 하나 있다. 바로 통영동백커피식물원이다.

이상현·이지윤 부부가 일군 통영동백커피식물원은 1만3200㎡(4000평) 규모의 초대형 온실 농장이다. 온도와 습도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인 스마트팜을 토대로 무늬동백나무를 비롯해 커피나무와 50여종의 다양한 아열대식물, 그리고 바나나와 파인애플, 파프리카 등도 키우며 분양도 하고 있다.

통영동백커피식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열대작물이 심어진 식물원 곳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통영동백커피식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열대작물이 심어진 식물원 곳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통영동백커피식물원은 농산물을 재배하면서도 체험형 농장으로 운영하는 관광 상품인 6차 산업의 모델이다. 6차 사업이란 기존 1차 산업인 농업에 가공식품 산업 등 2차 산업과 농촌체험관광 등 3차 서비스 산업을 더한 산업 분야다.

이상현 대표는 과거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파프리카 재배하며 연간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농사의 달인으로 불렸다. 통영시 전체 수출액(80만달러)의 42%인 34만달러의 파프리카를 수출하며 30만불탑과 50만불탑을 받기도 했다.

파프리카 농사를 짓던 그는 하우스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취미로 희귀동백나무인 무늬동백을 가꾸기 시작했다. 주로 남쪽에서 자라는 동백은 겨울에 꽃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무늬동백은 동백나무 잎에 화려한 무늬가 들어가 동호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늬동백나무를 종류별로 수집하며 가꾸던 그는 토종 동백뿐 아니라 나무가 주는 아름다움과 유익함을 공유하기 위해 식물원을 개장했다. 잎마다 다른 종의 동백이고 꽃도 다른 수령이 500년 된 희귀종인 무늬동백나무은 이상현 대표가 가장 아끼고 자랑하는 대표 식물이다.

차경용 새통영농협 조합장과 이상현(오른쪽) 통영동백커피식물원 대표가 커피나무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차경용 새통영농협 조합장과 이상현(오른쪽) 통영동백커피식물원 대표가 커피나무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도 무늬동백이 있지만 우리 토종 동백이 으뜸입니다. 토종 무늬동백은 동백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죠. 수집한 무늬동백의 아름다움을 가족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식물원을 열게 됐습니다.”

식물원 개장에 대한 이 대표의 말이다. 우리나라 남쪽에서만 자라는 무늬동백나무를 가꾸기 위해 지은 온실농장에서 그는 열대작물을 수집하고 키우다보니 1년 내내 꽃과 열매가 피어 있는 커피나무로 눈을 돌렸다. 당초 희귀무늬동백나무를 메인 테마로 구상했지만 마니아층이 적고 온도가 조금만 내려가도 추위에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대중성이 뛰어나고 통영만의 매력을 살린 커피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들 부부는 우리나라에서 커피나무를 농사로 짓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때문에 식물원을 디자인한 뒤 8년 동안 가꾼 바나나와 파인애플, 구아바, 애플망고, 자보티카바 등 50여종이 넘는 열대 과일나무와 희귀동백나무를 옮겨 심었다. 이 과정에서 방문객들에게 즐거움도 선사하기 위해 지하수를 끌어와 바나나와 열대나무를 심은 인공 폭포수와 사하라 모래를 직접 공수해 ‘세라도’라는 문화공간도 만들었다. 이곳은 공연장, 스몰웨딩, 포토존, 영화관, 갤러리 전시공간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통영동백커피식물원 전경.
통영동백커피식물원 전경.

작은 숲은 연상케 하는 식물원은 최대한 자연을 그대로 보전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 부부의 남다른 정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열대나무와 커피나무 생산지의 기후를 맞추기 위해 온도와 통풍에 부단한 애를 써 시설을 설치했고, 모종을 들여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밤낮없이 가꾼 산물이자 결과가 현재의 식물원이다. 이들 부부는 정성과 노력의 가치를 처음의 마음처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게 바람이자 목표이다.

이상현·이지윤 부부는 “통영 자체 브랜드 커피를 만들어 통영 커피를 알리는 동시에 희귀무늬동백과 커피·바나나 등 다양한 열대나무를 통한 이색적인 볼거리, 다양한 체험으로 사람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소원했다.

새통영농협 차경용 조합장은 “식물원을 개장하기까지 식물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은 이상현·이지윤 부부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약간의 입장료가 있긴 하지만 통영동백커피식물원이 진심으로 통영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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