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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해묵은 사천 광포만 딜레마- 김호철(사천남해하동본부장)

기사입력 : 2021-11-16 20:41:14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사천 광포만 개발이 지역민의 이권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개발과 보존 논쟁이 불거지면서 또다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광포만은 사천시 곤양면 대진리와 서포면 조도리 일대 곤양천 하구와 사천만이 만나는 수역이다. 이곳 갯벌은 약 10㎢ 규모로 넓다. 지리산 인근에서 발원한 곤양천이 광포만과 만나는 지점에는 가늘고 고운 모래톱이 형성돼 있다. 각종 철새들의 쉼터 역할뿐만 아니라 어패류 산란장과 치어 생육장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국립공원공단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가 광포만의 우수성에 대한 생태계 조사 결과 모새달 등 희귀식물의 신규 자생지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흰꼬리수리, Ⅱ급 검은머리갈매기 등 조류 7종을 발견됐다. 볏과에 속하는 모새달은 바닷가 습지에서 자라는 희귀식물로 다년생이며 높이는 80~120㎝로 자라며 한국,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수질환경은 2~3등급으로 탁도가 높은 갯벌 특성을 감안하면 매우 좋은 것으로 나왔다.

지난해 4월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조정 타당성조사 용역에서도 광포만은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 생태자연도 1등급, 해양생태도 1등급 등 자연생태계의 가치가 높았다. 또 국내 최대의 갯잔디 군락지역으로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과 2급 대추귀고동 등이 서식하고 있고 철새들의 쉼터로 조사됐다. 16년 전부터 사천 비토 자혜 갯벌을 비롯한 사천 광포만 갯벌은 람사습지 등록 또는 습지보호구역 지정 등의 필요성이 제기될 만큼 한려수도 최대 갯벌로 평가됐다.

사천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광포만 공유수면 매립을 통해 곤양면 대진리와 서포면 조도리 일원 259만8270㎡에 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주민 반발 등으로 공유수면 매립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광포만 산업단지조성 시행업체가 파산하면서 광포만 개발은 물 건너갔다. 당시 축동면 인근 주민들은 광포만 산단 지정을 경남도와 사천시에 건의하는 등 개발 무산에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천시는 실입주기업이 없다고 판단 광포만을 생태관광지로 조성으로 정책방향을 틀었다. 지역환경단체는 “광포만은 전국 최대의 갯잔디 군락지로 온갖 생물들의 은신처”라며 사천시의 정책 전환을 환영했다. 이후 환경단체는 광포만이 아닌 주변의 산단 조성에 대해서도 강하게 대응하며 보존을 요구해 왔다.

최근 광포만은 일부 주민들의 반발에 또다시 부딪혔다. 광포만이 국립공원 편입검토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사천시가 광포만 일대 3.655㎢를 국립공원에 새로 넣기 위해 환경부에 공식 제안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시는 국립공원 편입을 통해 광포만 해수면을 따라 4.8㎞의 생태 탐방로를 설치하고 전망대를 세우는 등 전남 순천만처럼 생태관광지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의 반발 이유는 국립공원으로 편입될 경우 공원 인근 지역 개발행위 제한과 공원지역 내의 바다 부분 규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시는 어민 피해 등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해묵은 논쟁이 초점 없이 번복되는 형국이다. 갈등 속에 국립공원 편입 여부는 내년 나온다. 광포만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답은 명확하다. 멀리 보면 보인다.

김호철(사천남해하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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