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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치만 잘하면 된다- 김시탁(시인)

기사입력 : 2021-11-24 20:21:17

우리나라는 정치 빼고 다 잘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머리가 좋아 기발하고 섬세하고 독특하고 똑똑하다. 운동도 음악도 드라마도 세계 어디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 좁은 땅 작은 인구를 가진 나라에 비하면 어느 나라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여권을 들고 세계 어디를 다녀도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는 법 그게 바로 정치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빨다만 걸레 같아서 아무리 문질러도 구정물이 그치지 않는다.

깃털처럼 가벼운 세 치 혀가 조자룡 칼 솜씨에 버금가며 국민들을 우롱하고 손바닥으로 가린 하늘 아래에서 내로남불이 장마철 잡초 같다. 한심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치인과 수녀가 동시에 강에 빠지면 정치인부터 얼른 건져 올려야 한다는데 그 이유가 강이 오염될까 봐 그렇다는 우스갯소리는 씁쓸하다. 정치를 빼곤 다 잘한다면서 왜 필자가 거품을 물까. 그것은 정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막대해서 정치를 빼면 다른 걸 아무리 잘하고 뛰어나도 선진국이 될 수 없을뿐더러 국민이 불행하기 때문이다. 모든 걸 다 가져도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어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치는 그만큼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그래서 욕을 하고 돌팔매를 던지면서도 정치에 눈을 뗄 수 없다. 내 편과 네 편이 갈리니 밥상머리에서 하는 말에도 뼈가 씹힌다. 정치인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은 국민인데 정작 국민을 위해 옳은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스님 머리에서 상투 찾는 것보다 힘들다. 그러니 찍은 손가락을 망치로 짓뭉개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그들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표를 쫓아다니고 땅에 떨어진 돈이라도 줍는 듯 고개를 숙인다. 당선이 되면 배를 내밀고 허리를 뻣뻣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뱉은 말은 많은데 끌어모아 저울에 달아보면 정작 눈금은 미동조차 않는다.

지키지 못할 약속도 표만 있으면 밥 먹듯 하니 숟가락으로 태산인들 파 옮기지 못할까. 정치는 바르게 다스리는 일이다. 정치인은 바르게 다스리는 사람이다. 바르게 다스리려면 스스로 바르게 살아야 한다. 구부정하게 살면서 바른 논리를 펼 수는 없다. 마음이 삐딱하면 가는 길도 굽게 마련이다. 자신을 다스려야 남도 집안도 나라도 다스리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뒷마당도 잘 쓸고 솔선수범해야 하며 앉아있던 자리는 떠난 후에도 깨끗해야 한다. 잘못은 인정하고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따로 정치를 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하면 절로 존경을 받아 표가 몰려온다. 그런 정치인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며 국민이 행복하다. 그래서 정치가 힘들고 정치인은 아무나 될 수 없다. 자질 없고 무능한 사람들이 감투 쓰고 완장 차고 우쭐대려고 하는 게 정치가 아니다. 그러니 제발 목숨 걸고 제대로 된 정치할 사람만 나서고 자신 없는 사람은 정치판 기웃거리지 말고 물러나 소나 키워라. 보여주기 쇼나 하는 정치는 이제 신물나고 욕하기도 지쳤다. 외세에 시달렸고 나라를 빼앗겼으며 전쟁에 생사가 오고 갔다. 살아남은 자들은 물로 배를 채우며 보릿고개를 넘어 여기까지 온 우리 민족들이다. 그 고생했으면 이제 우리도 좀 살 맛 나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밤잠 설치지 않고 말이다.

김시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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