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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여성폭력추방주간- 이정희(창원여성의전화 부설 창원성폭력상담소장)

기사입력 : 2021-11-24 20:21:19

1981년 도미니카공화국의 세 자매가 독재에 항거하다 정권의 폭력으로 숨진 11월 25일을 기념해 ‘세계여성폭력 추방의 날’이 시작됐고, 이후 1991년 세계여성운동가들이 모여 11월 25일부터 세계인권선언일인 12월 10일까지를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으로 선포했다.

‘여성폭력추방주간’은 폭력 없는 환경 조성과 방지 의미를 되새기는 기간으로 이 기간 중에 여성폭력 없는 사회를 위해 전 세계적인 캠페인이 펼쳐진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제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라 2020년부터 시행됐는데, 이미 같은 기간으로 제정돼 있던 ‘성폭력 추방주간’과 ‘가정폭력 추방주간’을 통합,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되고 있다.

올해의 슬로건은 “우리의 관심이 여성폭력 없는 일상을 지킵니다”로 진행된다.

지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많은 불평등함을 초래했고 젠더 이슈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코로나와 같은 재난 위기상황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폭력이 더욱 증가한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남성이 알코올 중독과 폭력성이 높아지는데 반해 여성들은 우울증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처럼 사회경제적 불안도가 높아지는 스트레스 환경 가운데, 가족 구성원이 제한된 공간 안에 장기간 같이 머물게 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의 빈도 역시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는 그간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건강과 안전, 돌봄과 노동 등 전 영역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성 불평등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앞으로 반복될 것으로 예측되는 재난 상황에서 여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관심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이하면서 여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로써 당연한 줄 알았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게 됐고, 피해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작은 울림의 의미들이 반짝이고 가슴 벅찬 감동으로 공명하는 경험 속에서 여성폭력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본다.

이정희(창원여성의전화 부설 창원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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