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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나의 나비는 어디까지 갔을까- 우영옥(시조시인)

기사입력 : 2021-11-25 20:37:00

겨울 한철이면 지나갈 독감쯤으로 예사롭게 생각했던 코로나19가 2년째, 너무 오래 끌다 보니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꽃집을 오랫동안 경영해 온 친구도 결국 문을 닫는다.

이런 시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우리 같은 서민이 뭘 할 수 있지? 어려운 시기엔 얇아진 지갑을 닫게 되니. 그래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에는 뭐가 있을까?

오래전, 양산 석계에 있는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 생각난다. 동래 온천장에서 경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석계에 내려서 출근을 했는데, 어느 날 아침, 20대 초중반의 한 청년이 온천장 매표소 창구를 들여다보며 사정하고 있었다.

지갑을 못 가져왔는데 내일 계산할 테니 양산행 차표 한 장 달라고. 창구 안에서는 안 된다고 한다. 난감해 하며 주머니를 다시 뒤지더니 ‘삐삐’를 주며, 이걸 맡길 테니 부탁한다고 했다. 안에서는 그래도 안 된다 하고. 출근을 못할 판이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청년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버스 탑승 줄을 길게 서 있는 사람들 중 아무도 나서지 않았기에.

“제가 도와드릴게요. 늘 이 시간에 출근하니까 내일 주시면 됩니다. 점심값과 돌아올 차비도 필요할 테니….”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넸다. 청년은 무척 고마워했다. 그러고는 차표를 끊고 거스름돈 동전까지 모두 돌려주며, 회사 가면 다 해결된다며 내일 꼭 갚겠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그 청년은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인사를 하며 내게로 다가왔다. 어제 차비, 너무 감사하다며 돈을 건넸다. 그 밝은 표정과 고마워하는 모습에 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 돈, 잠시 좀 맡겨둘게요. 다음에 이렇게 도울 상황이 있는 사람 만나게 될 때 그 사람한테 주시고, 그 다음 사람한테로도 전해지도록 꼭 말해 주세요.”

내 말에 잠시 의아해하던 청년은 활짝 웃으며, 알겠다고, 꼭 그렇게 전하겠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부터 특별한 출근길이 시작되었다. 그 청년은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좌석 양보까지 바로 하곤 했으니까. 기분 좋은 인사를 받으며 아침 출근길, 하루 일과의 시작이 활기찼다. 천 원이 조금 넘는 그 적은 액수로 말이다.

물론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도 이야기했다. 기분 좋은 출근길이었다며, 나도 처할 수 있는 작은 어려움, 따뜻한 손길의 나눔은 필요하며 서로 돕고 사는 거라고.

그 청년은 약속대로 누군가의 어려운 사정에 받은 만큼 도움을 주었으리라. 또 그 다음 사람에게로 잘 이어졌을까?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고도 남을 세월이 흘렀으니 어느 만큼이라도 번졌으리라. 나비효과, 나비의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사소한 것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그 말처럼, 나의 나비는 어디까지 날아갔을까?

그렇다. 힘든 시기에는 큰 액수의 손길이 아니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온기의 손길도 필요한 것, 우리가 날려 보낼 수 있는 나비는 많이 있을 것이다. 이 겨울, 따뜻한 마음을 담은 나비를 준비해 볼 일이다. 그리고 각자 나름대로의 손길로 날려 보낼 수 있도록 한 번 더 우리 주변을 돌아볼 일이다. 물론 지속적인 도움의 활동을 이어가는 훌륭한 분들도 참으로 많지 않은가! 좋은 일들은 넓게 번져가야 한다.

나의 그 나비는 얼마만큼 번졌을까?

우영옥(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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