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폐기종] “움직이면 숨차요” 폐의 숨가쁜 고통

폐 구조 파괴되는 질환… 호흡곤란 증상이 대표적

무증상일 땐 대부분 흉부 영상 촬영시 우연히 발견

흡연자 30~40% 발생… 만성폐쇄성폐질환 주원인

기사입력 : 2021-11-28 20:52:17

호흡기내과 진료를 하면서 호흡곤란이 있거나 건강검진 결과 ‘폐기종 의심소견’을 받고 걱정스레 병원을 찾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주변에 암 진단 받은 사람들도 한두 명씩 보이고, 지난 번 검진에서는 내 몸 어디엔가 물혹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는데 폐에 또 뭐가 생겼단 말인가? 하고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폐기종의 ‘종(腫)’자는 덩어리의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인지 우리 몸에 덩어리나 혹이 생기는 것을 걱정하는 마음에 암을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많다. 폐는 원래 공기 주머니로 숨을 쉬면 우리 몸의 혈액으로 산소를 받아들이고,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교환 장소로 200um 크기의 폐포 3억개가량이 모여서 이루어진 구조이다. 이 폐포들의 교환 면적을 다 합치면 흔히 테니스장 하나의 크기 정도라고 한다.


폐기종은 ‘폐의 공기덩어리’라는 뜻이다. 말단 세기관지와 폐포에 발생한 염증, 탄성 저하로 폐포의 구조가 파괴되어 폐의 전체적인 부피는 증가하나 기체 교환 면적은 감소한 상태를 말한다. 이는 숨을 쉬지만 효과적으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이뤄지지 않는 병리학적 구조를 뜻한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이라고 나오는 폐기종 소견은 이러한 변화를 시사하는 영상학적 변화가 의심될 때 나오게 되며, 폐기능 장애를 일으켜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일으키는 주 원인이다.

◇폐기종의 증상= 폐기종은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다가 평소보다 많이 움직일 때 숨이 차게 되는 운동 시 호흡곤란이 첫 번째 증상이며, 치료 없이 방치한다면 결국 움직일 때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을 때에도 숨이 찬 안정 시 호흡곤란으로 진행하게 된다. 무증상일 경우 건강검진 등 흉부 영상 촬영 시 우연히 발견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엑스레이로는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심한 상태가 될 때까지 정상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또한 운동을 꾸준히 하여 평소 산소요구량이 높은 데에 적응된 사람의 경우 증상을 늦게 느낄 수도 있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폐기종의 원인= 원인은 흡연이 압도적으로 제일 높은 부분을 차지한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흡연자의 30~40%에서 폐기종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폐기종 환자의 대부분은 흡연자이거나 간접흡연, 미세먼지, 생활·업무환경의 공기오염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폐기종을 진단받는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폐기종이 폐암으로 진행하는지의 여부이다. 폐기종 자체는 폐암의 위험인자는 아니지만 흡연은 폐암의 가장 큰 위험 인자다. 나이가 들수록 암 발생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흡연자의 경우 폐기종과 폐암의 발생률이 둘 다 높아진다. 따라서 폐기종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관리하면서 정기적인 영상 추적도 시행해 폐암 의심 소견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폐기종의 치료= 이미 발생한 폐기종은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아 완치가 목적이 아닌 병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악화를 막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흡연 등의 원인을 차단하고, 기관지 염증과 부종을 조절해 환기를 개선하는 흡입제 치료를 시행, 호흡곤란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상생활의 제약을 최대한 완화한다.

폐기종이 폐기능 저하를 가져오며 호흡곤란 증상을 일으키는 만성질환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라고 하는데, 꾸준한 기관지 흡입제 사용과 병이 진행한 후에는 가정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치료인 재택 산소요법이 치료의 주를 이루게 된다.

기관지 흡입제의 경우 치료를 시작할 때 기존의 먹는 약에만 익숙한 환자들이 생소해 하며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치료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기도 하다.

진단된 시점부터 거의 평생, 매일 흡입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용량으로 목표 기관에 효과적으로 직접 전달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구 약제보다 장점이 많다. 눈이 안 좋으면 안약, 피부가 안 좋으면 연고를 사용하듯이 기관지와 폐가 안 좋으면 흡입제를 사용한다고 설명하여 환자를 이해를 시키고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중에도 감염증 등의 이유로 염증이 악화되면 갑자기 숨이 차서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급성 악화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흡입제 외에도 악화 원인에 따라 적절한 항생제 치료와 항염증 치료를 병행하여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접종과 객담 배출 등 감염병 예방에 신경 쓰면서 지속적으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폐는 증상을 느끼는 시점이 매우 늦고, 폐에 손상이 왔을 때 호흡곤란을 느끼는 시점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꾸준히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증상을 느낀 경우에는 방치하지 말고 호흡기내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병이 진단된 경우라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호흡기내과 조강원 과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