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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독서의 계절은 겨울?-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기사입력 : 2021-11-29 20:29:54

늦가을도 지나 이제 겨울 문턱에 와 있다. 올 한 해도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예전에는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면 가을로 인식됐다. 그렇게 본다면 사색의 양식을 건져 올릴 수 있는 계절을 놓친 듯싶지만 한국인에게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 아닌 겨울이란 조사가 나왔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며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다.

가을은 여름과 겨울 사이의 계절로 절기상으로는 9월 23일 ‘추분’부터 12월 21일 ‘동지’까지이고, 9월에서 11월 사이를 말한다. 가을이 특히 독서를 하기 좋은 이유는 땀이 줄줄 흐르고 생활하기 힘들었던 무더운 여름을 막 지나 바람이 살랑살랑 일어 생활하기 딱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정말 가을에 독서를 많이 할까? 국립중앙도서관이 전국 공공도서관 대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오히려 가을에 책을 가장 적게 읽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령 484개 공공도서관 대출데이터 약 4200만건의 분석 결과를 보면, 대출량이 가장 적은 달은 9월, 11월, 10월 순이었으며 오히려 대출량이 가장 많은 달은 1월과 8월이었다고 한다. 즉 ‘독서의 계절’로 불렸던 가을 대신, 실제로는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이 오히려 독서를 더욱더 많이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되었을까? 이러한 이유는 아마도 등화가친(燈火可親)이란 사자성어도 무관하지 않다. 등화가친이란 등불을 가까이할 수 있다는 말로, 학문을 탐구하기에 좋다는 뜻으로 쓰인다. 즉 이 말은 한유(韓愈)가 아들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지은 시 〈부독서성남시(符讀書城南詩)〉 중의 한 구절로, 가을이 날씨가 서늘하고 하늘이 맑으며 수확이 풍성해 마음이 안정돼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즉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좋은 날씨에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양식을 쌓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명명한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이 없지만 다만 책을 읽기 좋아서가 아니라 단풍여행, 관광, 소풍 등 바깥으로 놀러 다니기에 좋은 날씨에 책도 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가을은 사람들이 야외로 놀러 다니기가 좋아서 나들이를 많이 하는 계절이다. 가을은 겨울을 대비해 모든 생물들이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도 가을에 곡식을 차곡차곡 창고에 쌓아 놓듯이 머릿속에 지식을 담아두기에 적절한 시기로 생각했기 때문에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가을엔 책 읽기보다 놀러 가야 하나? 노는 계절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코로나19라는 점을 생각해서 독서를 해보자.

여행은 서서 읽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했다. 쌀쌀한 날씨로 인해 바깥 나들이가 어려운 요즘 틈틈이 책을 읽어 삶을 살찌우는 가장 좋은 시기이다. 쌀쌀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푸른 하늘과 몽실몽실한 구름이 피어오르는 이 초겨울에, 각자 좋아하는 책 한 권과 커피 한 잔을 들고 책 속으로 나들이를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나도 책을 읽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안중근 의사께서 형장으로 끌려가기 전 간수에게 읽던 책을 마저 읽게 해 달라고 마지막 소원을 이야기하셨던 일화를 떠올리면서 초겨울의 날씨에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양식을 쌓아보면 어떨까 싶다.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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