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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출직 공무원의 신언서판(身言書判) - 박삼동 (도의원)

기사입력 : 2021-12-02 21:20:24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국가 발전의 원동력은 곧 뛰어난 사람을 어떻게 선발하느냐로 귀결되었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당 태종은 정관의 치(貞觀之治)를 구가하며 태평성대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데, 그 핵심은 역시 탁월한 인재의 선발에 있었다. 이러한 인재선발의 기준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신언서판이다.

오늘날 선출직에 적용한 현대의 신언서판은 무엇일까?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외모가 신(身)이요, 연설은 물론 각종 토론회 등에서 뛰어난 언변을 구사하는 것이 언(言)이며, 이성과 논리에 맞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서(書)며, 각종 여러 상황을 보고 정확하게 정책으로 판단하는 것이 판(判)이라 하겠다. 필자 역시 선출직으로서 이 기준을 적용해본다면, 몸은 작고 볼품이 없으며 말 역시 탁성에 눌변이나, 다행히 올곧은 논리와 적절한 판단력이 있었기에 유권자들로부터 5번에 걸쳐 선택받은 것이 아닌가 자문해 본다.

제390회 경남도의회 정례회 도정질문 과정에서의 박종훈 교육감은 어떠할까? 필자가 보기에 우선 신과 언은 뛰어나다. 수려하고 자상한 외모는 흡사 배우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며, 미성에 달변인 언은 아나운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서와 판이다.

우선 이성과 논리에 해당하는 서를 보자. 유계현 의원이 온 국민에게 공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자료를 분석해 수능 상위 등급자의 비중이 전국 17개 시·도 중 15위라고 밝혔는데, 이를 검증할 수도 없는 도교육청 내부 자료를 근거로, 어떻게 산출된 줄도 모르는 점수를 기준으로 10위라고 강변하는데 어떻게 이치에 합당하다고 하겠는가?

더욱이 수능 성적이 대학 입시에 절대적인 영향력이 없으며, 특정 소수 대학을 위한 교육정책을 지양한다고 답변했으나 박 교육감은 이틀 만에 태도가 바뀌어 수능 평균 성적 기준은 전국 10위이며 더욱이 특정 소수 대학의 입학생들이 작년보다 증가했기 때문에 경남의 대입 성적이 나아졌다고 했다. 수능 입시 과열화를 방지한다고 교과 전형 수시 최저 등급 미달 학생에 대한 통계가 없다면서도 특정 소수 대학 합격자를 말하고, 또한 대학 입시에 절대적인 영향력이 없다는 수능을 가지고 시도 순위를 언급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아마 이와 같은 발언을 법정에서 했다면 이 주장은 재판장에 의해 바로 탄핵되었을 것이다.

판도 마찬가지다. 유 의원의 지적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교육청에서 더욱 신경을 써 달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하겠다고 답변하면 될 것을 ‘경남 교육이 추락했다’는 표현을 문제 삼아 ‘책임져야 한다’며 몰아세우는 것이 적절한 판단이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교육감은 경남의 교육 수장 아닌가? 아이들과 학부모가 교육감의 모든 언행을 바라보고 있으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 모두가 교육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까지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난 7년간의 경남 교육의 위상은 도민들께서 더욱 잘 아시리라 판단된다. 신언서판의 인재 선발 기준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어도 역사가 말해 주듯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출직의 신언서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글을 맺는다.

박삼동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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