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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강병환 토박이말바라기 으뜸빛(대표)

“우리 겨레 삶과 얼 깃든 토박이말 살리기에 최선”

기사입력 : 2021-12-09 08:39:27

토박이말은 순우리말이자 고유어이다. 그러고 보니 순우리말의 ‘순’자와 ‘고유어’도 한자어이다. 이렇듯 우리말에서 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70% 이상 차지할 정도로 토박이말이 설 자리는 좁다. 여기에 각종 외래어 사용은 점차 늘고 있다. 심지어 외계어까지 범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토박이말을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토박이말바라기의 강병환 으뜸빛(대표)에게 토박이말을 왜 살리고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강병환 토박이말바라기 으뜸빛이 토박이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강병환 토박이말바라기 으뜸빛이 토박이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토박이말 왜 중요한가?

△토박이말은 다른 나라나 다른 겨레 말이 아닌 옛날부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써 오신 말. 또는 그 말을 바탕으로 새로 만든 말을 가리키는 말이다. 토박이말은 우리말 가운데 가장 우리말다운 말이요. 우리말의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사람다운 한국 사람을 기르는 지름길은 그 무엇보다 ‘토박이말’을 잘 알고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나라를 잃었을 때 일본이 우리말을 못 쓰게 한 까닭과 우리말을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까닭이 이어져 있다. 우리 토박이말은 곧 우리 겨레요 삶이요 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이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우면 우리다움을 드러내는 말과 글을 마음껏 막힘없이 주고받으며 모두가 다 함께 잘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말 지키기는 우리의 옷, 밥, 집, 우리 씨앗을 지키자고 하는 것과 이어지면서 그보다 훨씬 값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

-토박이말바라기의 설립 과정과 발자취는?

△토박이말바라기는 2014년 3월 ‘토박이말교육학회’로 출발을 했다. 그래서 토박이말 관련 학술발표회를 몇 차례 열었고 진주교육지원청이 토박이말 교육을 특색 교육활동으로 삼으면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와 토박이말 알음알이 잔치,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 등의 행사를 적극 도왔다. 그러다가 더 많은 학교 밖 사람들과 함께하자는 뜻으로 2015년 11월 20일 사단법인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창립총회를 거쳐 그해 12월 23일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여러 모임과 일터와 함께 토박이말을 살리자는 뜻으로 운힘다짐(업무협약)도 했고, 토박이말날 만들어 기리기,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토박이말 갈배움감(교수학습자료) 만들기, 토박이말 이바지하기(봉사활동)와 같은 일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토박이말바라기 강병환 으뜸빛 대표가 토박이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토박이말바라기 강병환 으뜸빛 대표가 토박이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토박이말바라기 강병환 으뜸빛 대표가 토박이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토박이말바라기 강병환 으뜸빛 대표가 토박이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토박이말어울림 한마당 잔치가 올해 여섯 돌을 맞았다. 개최 배경은?

△2014년부터 진주교육지원청이 토박이말 교육을 교육청 특색 활동으로 삼아 토박이말 교육을 펼치고 있고, 2019년부터는 경남교육청에서 토박이말 교육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해마다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뜻깊은 교육 활동들이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학교 밖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학교에서 토박이말 교육으로 거둔 열매들을 거두어 널리 알리기도 하고 또 새롭게 토박이말 교육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도 될 수 있는 나눔터를 마련하고자 했다. 또 다른 공부가 아니라 토박이말을 그냥 놀이처럼 함께 놀다 보면 저절로 익힐 수 있고 알게 되는 그런 놀배움 자리들을 겪어 보는 놀이마당으로 기획했다. 그래서 진주성, 경남도청 앞마당 등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다녔고 지난해와 올해는 빛무리 한 아홉(코로나 19) 때문에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열었는데 거의 3000여 아이들의 작품이 올라왔고 많은 사람이 와서 구경하면서 토박이말 열매들을 나눠 가지고 가셨다. 함께 마련해 주신 경남교육청 박종훈 교육감과 여러 관계자분들, 어울림 한마당 잔치에서 토박이말 솜씨를 뽐내 준 학생들, 잔치를 더욱더 알차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2014년 ‘토박이말교육학회’로 출발
이듬해 창립총회 거쳐 법인 설립
여러 모임·일터와 함께 업무 협약
어울림 한마당·이바지하기 등 전개

2017년부터 4월 13일 ‘토박이말날’ 삼아
토박이말 종요로움과 값어치 되새겨
올해 여섯 돌 ‘토박이말어울림 잔치’
공부 아닌 놀이마당으로 자리매김

토박이말 살리기 운동 등 발자취 담아
진주에 전국 첫 토박이말 공원 조성키로
“사전 속에 잠자고 있는 토박이말
우리 일상에 쓸 수 있도록 노력할 것”

- 토박이말날 보급 등 추진하고 있는 토박이말바라기의 사업은

△우리 겨레의 삶과 얼이 오롯이 깃들어 있어 우리말의 노른자위요 알천이라고 할 수 있는 토박이말을 그동안 제대로 챙기지 않아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우리 모임은 토박이말의 종요로움과 값어치를 되새기고 토박이말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을 다지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17년에 ‘토박이말날’을 만들어 널리 펴 알렸다. 해마다 무지개달 열사흘, 4월 13일이 토박이날인데 그날을 토박이말날로 삼은 까닭은 주시경 스승님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펴내신 ‘말의 소리’라는 책이 나온 날이 4월 13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임에서 힘주어 내세우는 말 가운데 하나가 ‘토박이말을 한글로 적기’이다. 온누리 으뜸 글자라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한글’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써 오신 토박이말을 적을 때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말을 한글로 적는다고 다 우리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쪽에서 우리말 소리의 짜임새와 남다름을 갈무리하시면서 쓰신 말을 모두 토박이말로 하셨을 뿐만 아니라 붙임(부록)을 빼고는 모두 한글로 적어 펴내신 책이 바로 ‘말의 소리’이다. 그 ‘말의 소리’가 가장 바람직한 말글살이의 본보기라고 생각해서 그 책을 펴낸 날을 ‘토박이말날’로 삼아 기리고 있다. 아직은 우리 모임에서만 이날을 기리고 있지만 앞으로 나라에서 기림날(기념일)로 삼아 온 나라 사람들이 함께 기리는 날이 올 수 있도록 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토박이말을 놀 듯이 배우고 익힐 수 있는 ‘토박이말 놀배움감’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손쉽게 쓸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드리고 있다. 올해에도 경남교육청에서 토박이말 놀배움감을 새로 만드는 데 우리 모임 선생님들이 함께하기도 했다.

토박이말푸름이(청소년)들이 하는 토박이말 이바지하기(봉사활동)도 꾸준하게 하고 있다. 학교 밖 사람들에게 토박이말을 살려야 하는 까닭을 널리 알리는 널 알리기(캠페인), 토박이말을 살릴 수 있는 여러 정책을 마련해 주길 바라는 이름 쓰기(서명운동), 토박이말을 알려 주는 알림감 만들기 등이다. 그리고 2019년부터 진주 행복 교육지구에서 펼치는 ‘마을 학교 사업’에 함께하고 있는데 우리 모임의 뜻을 살려 토박이말 놀배움을 바탕으로 한 마을 학교를 꾸리고 있다. 신안, 평거에 사는 아이들과 함께 ‘들말마을배곳’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꽃등(최초)으로 토박이말 놀배움 바탕 마을 학교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또 토박이말을 교사, 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함께 알고 쓰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할 수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그렇게 애쓴 보람으로 올해 진주시와 진주교육지원청, 진주와이엠시에이와 저희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가 함께 전국 최초로 토박이말 한뜰(공원)을 만들기로 했는데 이 일도 널리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신안 평거동에 있는 녹지공원을 토박이말로 꾸밀 것인데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알려 드리고, 진주에서 비롯된 토박이말 살리기 운동과 교육의 발자취를 담게 될 것이다.

토박이말바라기 강병환 으뜸빛 대표가 토박이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토박이말바라기 강병환 으뜸빛 대표가 토박이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외래어, 외계어와 신조어 등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점차 우리말을 잊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우리말답지 못한 말을 많이 만들어 쓰는 것을 나무라고 꾸짖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젊은 사람들에게 어릴 때부터 우리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잘 가르치고 배우도록 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저마다의 느낌, 생각을 담아 드러낼 수 있는 토박이말이 사전 속에 잠자고 있는데 그것들을 우리들 삶 속으로 가져와 쓸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꽃등’이라는 말을 알게 되면 ‘꽃-’에 ‘처음’이라는 뜻이 있음을 알게 되고 ‘꽃물’, ‘꽃잠’에 그런 뜻이 담겨 있을 거라 어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처음 학교인 ‘초등학교’를 뜻하는 말로 ‘꽃배곳’이란 말도 만들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 토박이말 살리기에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강병환 으뜸빛(대표)은

국립경상대학교 금속재료공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건설공학과, 건축학과를 졸업한 공학박사이다. 경상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겸임교수를 맡기도 했으며 현재 흥한주택종합건설 본부장에 재직 중이다. 공대 출신 건축학도였던 그가 토박이말에 관심을 가진 건 우연히 국학원의 강의를 들으면서다. 토박이말교육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사를 거쳐 지난 2017년부터 으뜸빛(대표)을 맡고 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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