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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김영덕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원장

“경남 문화 파트너로 지역 문화예술·콘텐츠 생태계 만들 것”

지난 3월 취임… 경남 콘텐츠 잠재력 확인

기사입력 : 2021-12-15 20:52:34

경남은 주력사업이었던 제조업 기반에서 문화콘텐츠라는 지식산업으로 체질을 개선 중이다. 그 중심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있다. 진흥원은 경남의 문화예술과 콘텐츠산업 정책과 지원을 도맡으며 도민들의 문화 복지 향상과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합천 청사와 경남예술창작센터, 경남예술인복지센터, 경남예술인복지서부센터, 경남콘텐츠기업지원센터, 문화대장간 풀무,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 경남콘텐츠코리아랩 웹툰캠퍼스·저작권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며 외연도 넓혀왔다.

김영덕 원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경영5기 비전을 ‘문화예술과 콘텐츠로 창의적 미래를 여는 경남 문화의 파트너’로 선포하고 ‘경남 문화예술·콘텐츠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토대 구축’, ‘경부울 협력 네트워크 구축 및 사업의 전후방 연계효과 강화’, ‘대외 환경에의 선도적 대응을 통한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고도화’, ‘중장기 전략체계 확립 및 사회적 가치 경영 내재화’ 등 네 가지 전략방향을 설정했다. 경남의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김영덕 원장을 만나 경남 문화예술, 콘텐츠의 당면 과제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김영덕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이 경남콘텐츠코리아랩 라운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김영덕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이 경남콘텐츠코리아랩 라운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 취임 후 네 번째 계절을 맞았다. 그간의 소감은.

△중앙의 시점에서 지역을 바라보던 것에서 새로운 점을 많이 느꼈다. 지역에 내려와 틈틈히 지역의 미술관을 다니고 연극, 음악회, 오페라를 관람했는데 국내는 물론 글로벌로 진출하는 데 경남지역 문화예술과 콘텐츠의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반면 밖에서 보는 것보다 지역은 시장 규모가 작고 좋은 작품이 유통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목격했다. 그만큼 지역 문화예술과 콘텐츠 진흥을 위한 진흥원과 저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그간의 공부와 현장 경험을 토대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흥원을 바라보고 운영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간 살펴본 경남 문화예술계는.

△문화예술이든, 콘텐츠든 현재의 지원사업이 주로 창작·제작에 쏠려 있다. 향유나 유통도 매우 중요한데, 이를 지원하고 촉진하는 사업이 거의 없다. 성과발표회라는 형태로 한번 노출하고 그 이후의 마케팅, 유통, 향유 지원사업이 마땅치 않다 보니 사장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은 경남에 충분하다. 창작·제작부터 마케팅, 프로모션, 향유 촉진에 이르는 과정이 원활하도록 신규 사업을 만들 필요를 느꼈다. 또 기획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연구팀을 강화할 생각인데, 특히 이슈나 어젠다 세팅을 선도적으로 하고 싶다.

-진흥원이 정부나 도의 공모사업비를 심사를 거쳐 분배하는 ‘택배회사’라는 비판도 있다.

△진흥원의 역할이 다소 제한적,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나눠주는 지원사업도 필요하다. 보편적 복지를 두텁게 해야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문화누리카드 수혜도 늘릴 예정이다. 심사위원에 대한 문제제기도 알고 있다. 진흥원은 문화예술·콘텐츠산업 지원 사업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심사위원 풀을 기존 10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리고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심의위원을 공개 모집할 계획이다. 사업별 심의위원 선정도 전산 추첨 시스템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해 시비가 없도록 하겠다.

-진흥원이 합천으로 이전하면서 논란이 있었다. 또 재분리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청사 이전 문제는 지난해부터 언론, 의회,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그동안 의회의 지적이 있었고 공론화과정을 통해 논의해왔으나 도지사 공백으로 중단된 상태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이전문제가 다시 의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비할 예정이다. 지난 2013년 예산 절감과 기능 통합을 명목으로 경남문화재단과 문화콘텐츠진흥원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합·출범했다. 재분리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진흥원 입장은 조심스럽다. 중장기 계획을 갖고 필요성에 대한 논리로 의견이 좁혀진다면 경남도와 충분한 협의할 수 있지만 기계적인 분리는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재임하는 동안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먼저 사업구조 개편이다. 창작·제작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마케팅, 향유 분야에 더 많은 예산과 사업 꼭지가 생겼으면 한다. 최근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지옥’ 흥행 사례로 알 수 있듯, 글로벌플랫폼에서는 지역과 중앙의 의미가 없다. 지역에서도 글로벌 아트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통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통해 지역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기도의 창작소득과 관람비 지원 이슈에 관심이 많다. 이런 제도적 환경을 통해 예술인들의 소득과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청년을 대상으로 문화예술비즈니스 지원트랙도 구상 중이다. 청년 가운데 문화예술을 통해 비지니스를 하려는 이들이 많다. 수요가 충족되도록 진흥원이 문화예술비즈니스 지원 사업을 만들겠다.

-경남엔 아직 콘텐츠 인프라나 정책에 대한 장벽이 높다.

△지난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돼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특색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국가를 실현하고 있다. 중앙에서 콘트롤하던 사업과 예산을 지역사정에 맞도록 지방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문제는 콘텐츠 분야다. 문화예술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는데 지역에서 콘텐츠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 육성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예산 확보나 지역에 맞는 특화 전략산업 육성이 더 수월해진다. 예를 들면 경남은 조선이나 방산산업이 대표적인데, 여기에 콘텐츠를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내년도 진흥원의 이슈는.

△지방선거의 모멘텀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진흥원도 도정과 같이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만큼, 도지사 선거 이후 도정의 정책방향에 관심이 높다. 기회가 된다면 진흥원의 역할과 경남지역 문화예술, 콘텐츠 발전에 필요한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해나가도록 하겠다. 대전시의 학생관람비 지원이나 광주의 안심보험 도입 등과 같은 이슈를 예로 들 수 있다. 진주에 지어지는 E스포츠경기장 사전 프로모션을 위해 E스포츠구단을 설립하는 것이나 프랑스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비보이단을 만들거나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도민과 문화예술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잘 견디는 도민과 문화예술인에게 감사드린다. 문화예술과 콘텐츠에 대한 도민들의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움츠러들기 쉬운 상황이지만,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우리의 콘텐츠가 지역을 넘어 전국적, 세계적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특히 부울경메가시티 논의가 가시화될수록 경남문화예술과 콘텐츠에 대한 시선과 주목도 커지리라 본다. 코로나로 힘든 예술인을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촘촘히 살펴보겠다.

☞김영덕 원장은

전북 고창 출신인 김 원장은 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조치대 대학원에서 신문학 석·박사를 수료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을 시작으로 일본사무소장, 음악패션팀장, 해외사업진흥단장, 해외사업팀장을 거쳐 부원장을 역임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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