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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김병희(지방자치여론부장)

기사입력 : 2022-01-10 20:31:29

한 해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지는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20년 만이다. 오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일. 6월 1일에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은 각각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선출하고, 본격적인 경쟁에 앞서 각 당별로 선대위를 구성하고, 진용을 꾸리며 20대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와 대통령 선거 이후에는 도지사와 시장·군수는 물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까지 뽑는 지방선거가 있다. 올해는 선거로 중요한 선택의 시기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지역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선거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아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민국호를 이끌 리더를 뽑는 대통령 선거. 그러나 이번 선거를 두고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자조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변에서 ‘사상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다’. ‘도대체 찍을 후보가 없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 국민들의 정치적 피로도가 최정점에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 어느 날인가, 한 후보 부인의 경력위조 의혹과 상대 후보는 아들 도박 문제가 동시에 터진 적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도 흔하지 않은 허물이 하루에 두 명의 대통령 후보에게서 쏟아지는 현실, 과연 이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인가 싶다. 후보 본인들의 도덕성, 자질 논란에 잇따른 실언, 가족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대선에 거는 기대감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앞으로 젊은층의 향배나 후보 단일화, 코로나19 방역상황 등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겠지만 이런 본질적인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상 최악의 대선으로 기록될 공산도 적지 않다.

지방자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선거 상황도 만만치 않다. 대선 직후 3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이다 보니, 모든 게 대선에 가려져 있다. 후보도, 정책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그야말로 지방선거는 ‘안갯속’이다. 후보들이 대선 이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이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는 점도 깔려있다. 예년 같으면 한창 지방선거 열기로 뜨거워야 할 시기임에도 대선 분위기에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대선 이후 약 석달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다 보니 주민들의 관심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각 후보들이 대선 결과를 보고 움직이려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후보자들 자체부터 지방선거가 아닌 대선 결과에 초점을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대선 결과가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 날 것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후보들도 후보들이지만, 유권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석달 만에 후보들을 파악하고, 공약도 살펴봐야 한다. 각 정당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모든 당력을 대선에 집중하면서 지방선거를 챙길 여력이 없는게 현실이다. 지방선거는 그 야말로 지역주민들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일할 수 있는 지역 일꾼을 뽑는 절차다. 누가 진정한 지역 일꾼인지 누가 지역을 잘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지 잘 판단해 선택해야 할 것이다. 대선에 묻혀 지방선거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더욱 무거울 것 같다.

김병희(지방자치여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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