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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멸공- 이종구(김해본부장)

기사입력 : 2022-01-13 20:29:20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새해 벽두, 한물 간 단어인 ‘멸공(滅共)’을 놓고 정치권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NS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정 부회장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윤 후보가 이에 맞대응해 사진을 게시하고 거기에 민주당이 ‘불매운동’으로 응수하면서 확전됐다.

▼멸공은 ‘공산주의를 완전히 없애자’는 의미로, 반공(反共·공산주의를 반대한다)이나 승공(勝共·공산주의를 이기자)보다 한 단계 더 센 표현이다. 멸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군가 ‘멸공의 횃불’이다. 1975년 만들어진 이 노래는 군대에서 ‘전선을 간다’와 함께 가장 많이 부른 군가 중 하나다. 군대에서 워낙 많이 부르다 보니 귀에 익어 일부는 전역한 뒤에도 군대 동기들을 만나면 노래방에서 가끔씩 부르기도 한다.

▼정 부회장의 글은 평소 SNS에 이와 유사한 표현을 자주 올려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으나 조 전 장관이 다음날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라고 공격하면서 전선이 확대됐다. 윤 후보는 바로 신세계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을 사는 모습의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멸치 #콩을 해시태그로도 사용해, 조 전 장관의 비판에 응수했다.

▼이후 몇몇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멸콩 챌린지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대놓고 일베 놀이를 즐기고 있다고 하면서 일각에서는 스타벅스 불매 운동까지 흘러나왔다. 정 부회장의 ‘멸공’ 주장은 중국과 북한을 싫어하는 20~30대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은 툭하면 공갈을 치는 북한과 우리나라를 속국 취급하는 중국에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한 기업인의 ‘멸공’에 스타벅스를 찾지 않겠다는 민주당이 더 한심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이종구(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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