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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사유한 코로나

창원 연아트오브갤러리, 내달 4일까지 ‘현대미술여성작가 5인 Ⅰ’ 초대전

기사입력 : 2022-01-20 08:07:36

캔버스에 내면의 이야기를 새기고 섬세한 감성을 덧칠한다. 치밀한 작업이 포개어져 깊이를 더한다.

창원 시티세븐 43층 스카이라운지 연아트오브갤러리서 기획초대 ‘현대미술여성작가 5인전Ⅰ’이 마련된다. 이번엔 변은미, 최가연, 이미향, 최은혜, 김미하 작가의 작품이 함께 내걸린다. 이들은 모두 현대미술 작가들로 구성된 미술단체 ‘무(無)그룹’ 소속이다.


갤러리에 발을 내딛자 최가연 작가의 작품 두 점이 반긴다. 담백하고 차분한 작품은 자개 같기도, 도자기 같기도 하다. 세밀한 시선으로 다시 작품과 눈을 맞췄다. 불규칙한 마티에르 위에 여러 색을 겹쳐 올리고 뿌리기를 수차례 반복해 바탕에 깊이를 주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다시 여러 색의 작은 면들로 수십 번 덮기를 반복했다. 아래로 갈수록 그라데이션 효과를 줘 안정감을 더한다.

화려한 색감의 변은미 작가의 작품에서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이중섭 화가의 ‘아이들’ 속 인체를 재해석했는데, 어우러지는 몇 가지 색을 겹쳐 입체감을 살렸다. 아크릴 물감을 짜낸 기법으로, 그간의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캔버스에 담겼다. 코로나 시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미하 작가의 작품은 한지, 종이 등을 활용한 질감이 도드라진다. 특별히 무엇을 상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잠재돼 있는 형태들을 끄집어내 복합적으로 나타낸 것인데, 공과 일체유심조가 같다는 믿음을 표현해 냈다.

지난해 아트부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미향 작가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색상으로 크기와 굵기가 서로 다른 직선, 곡선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작가는 “서로 다른 재료로 섞고 찍고 뿌리고 깎아내고 그리는 반복적인 작업 과정의 리듬과 사이클은 고된 삶과 발달된 문명에 적응해가는 내 마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선’으로 이야기를 빚어내는 최은혜 작가의 작품도 3점 내걸렸다. 대한민국미술대전서 구상·비구상 부문 동시 수상하며 신진 미술가로 첫걸음한 최 작가는 30대 초반에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가 된 후, 서울·독일·뉴욕 등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어두운 밑바탕에 적게는 1~2가지, 많게는 4~5가지 정도의 각기 다른 색의 선을 그어 표현한 후 다양한 색의 물감을 세필붓으로 중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시각에는 모든 것이 선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숨을 멈추고 선을 긋는 작업을 반복하는데, 작가는 선과 선의 겹침과 중복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남소연 관장은 “올해 문을 여는 전시로 여성작가들의 작품들을 선정했다. 100호, 변형 150호와 같은 대작들이 많은데 작가들이 치열하게 사유한 결과물들이다. 그림들로 코로나 시대, 인간관계와 마음의 위안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4일까지.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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