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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도내 노동계-경제계 입장은

“일하다 목숨 잃는 현실 바꿔야” - “기준 모호하고 처벌 너무 가혹”

기사입력 : 2022-01-25 10:51:54

기업의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해 중대산업재해를 예방,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목적으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재가 발생한 경우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은 안전보건체계를 갖추지 않아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할 경우 등에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개인을 형사처벌한다.

처벌 수위는 사망 사고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등으로, 동시에 법인도 벌금이 내려진다. 하지만 시행을 목전에 두고 경제계와 노동계 양측 모두 보완을 요구하며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4일 민주노총 경남본부서 열린 ‘위험한 작업에 노출되는 노동자증언대회’에서 한 노동자가 노동환경 증언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24일 민주노총 경남본부서 열린 ‘위험한 작업에 노출되는 노동자증언대회’에서 한 노동자가 노동환경 증언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노동계 “안전관리 더 철저하게”
5인 미만 제외·50인 미만은 유예
법 적용 사업장 전체의 1% 불과
산재사망 80% ‘50명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노동계는 법 제정 취지에 따라 사업장에서 철저한 안전관리를 통해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이참에 ‘노동자들이 죽는 현실’을 바꾸겠다며 투쟁에 들어갔다.

노동자가 일하다 숨졌을 때 경영책임자와 법인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1년 만인 오는 27일 시행된다. 이 법은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막자는 좋은 취지에도 경영계는 과도한 처벌을 우려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시민단체 등이 소속된 ‘생명과 건강을 위한 중대재해근절 경남대책위’는 일각에서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는 주장에 대해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처벌도 없을 것이다”고 반박하는 등 24~27일 중대재해 근절 공동 행동 주간에 돌입했다.

경남은 산업재해 가운데 질병을 제외하고 업무상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지난 2018년 65명, 2019년 60명, 2020년 77명 등으로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경남의 산재사고 사망자는 77명, 이 가운데 80%가량은 50명 미만 사업장 소속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더라도 적용되는 사업장은 일부에 그치는 등 오히려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이 유예됨에 따라 도내 전체 사업장 중 당장 법 적용을 받는 50인 이상 사업장은 3300여곳 정도로 전체 28만여곳 중 단 1% 정도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은 중대재해 근절 주간의 첫 포문을 24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회의실에서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산재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 증언대회로 열었다. 이날 50인 미만 사업장에 속해 법 적용이 유예된 창원산단 소재 용광로 사용 제조업체 노동자의 증언을 비롯해 도내 조선소 협력업체 노동자,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등이 위험한 노동 환경을 지적하고 “일하다 다치지 않고 건강권이 담보되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민노총 경남본부는 앞으로 노동안전보건활동가 대회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고용노동부지청 앞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점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강력한 행정 지도를 요구하는 등 투쟁을 이어간다.

김재경 기자


24일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노동인력위원회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호소 발언을 하고 있다./중기중앙회/
24일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노동인력위원회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호소 발언을 하고 있다./중기중앙회/

경제계 “혼란스럽지만 대응 만전”
LG전자·두산중공업·현대로템 등
 안전관련 조직 만들고 교육 강화
“부담 커 초긴장” 현장점검 잰걸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도내 경제계와 산업계에서는 처벌 기준 등 모호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면서도 현장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다.

LG전자는 전사적 위기관리 차원에서 주요 리스크 관리 조직을 신설하고 안전 위해요소 차단을 위해 주기적으로 현장 진단을 시행하고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선임해 사업장 내 위험성 평가 및 비상대응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안전경영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안전과 보건에 관한 최고경영책임자를 신설했다. 창원공장의 경우, 위험성이 높고 반복적으로 지적된 요인들을 선정해 집중 점검하는 등 안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로템 역시 외부전문기관을 통한 안전컨설팅을 진행해 현장 점검을 강화했으며, SNT중공업도 사내 안전관리담당자가 작업 현장을 돌며 사고 대비와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창원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계 및 중소기업계와 건설업계도 안전관리 강화 등 법 시행 대응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경영 상황 등 부담감은 없지 않다. 창원상공회의소는 최근 경남변호사협회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는 사업자 관리 방안, 사고 발생 시 대응 프로세스 등이 담긴 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 사례집과 현장 자율 점검표를 배포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 관계자는 “처벌조항이 강력해지다 보니 업체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늘어난 만큼 고용노동부와 국토부 주최 온라인 설명회에 도내에서 규모있는 13개 건설업체를 참여시키는 동시에 협회 자체적으로 법무법인 율촌에 의뢰해 온라인 강의로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과 각 회사에 필요한 대응, 관련 입법 동향을 나누고 이번 주에는 법 시행과 관련해 자주 하는 질문들을 각 건설사에 배포했다”며 “해당하는 업체들 대다수들이 안전 관련 조직을 새로 구축하는 등 법 시행에 대응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기중앙회 경남본부 관계자는 “노동부에서 배포한 법 해설서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기업들에 대해 자문을 하는 등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며 “다만 처벌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누구 하나 법을 완벽히 지킬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현실에 위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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