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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우리 또 만나- 강지현(편집부장)

기사입력 : 2022-01-27 20:31:06

또 만나자는 인사가 마지막이 된 건 벌써 2년 전 일이다. 우리 또 만나. 으레 나누던 작별인사가 작별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 공포는 모든 걸 멀어지게 했다. 누군가와 ‘우리’라는 단어로 묶이는 게 무서워졌고, 누군가와의 ‘만남’ 자체가 쉽지 않다 보니 그런 만남을 ‘또’ 갖는 건 더 힘들어졌다. 우리 또 만나. 다음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담긴 이 인사는 어느새 지키지 못할 약속에 가까워졌다.

▼올해 설에도 마음 편히 누군가를 만나긴 글렀다. 하필 설밑에 설쳐대는 오미크론 탓이다. 코로나 이전의 명절 풍경은 추억처럼 아득해졌다. 조상님께 인사드리는 건 고사하고, 명절날에 맞춰 부모님 찾아 뵙고 친지 만나 안부 묻고 고향 친구들과 술잔 나눈 게 언제였나 싶다. 네 번의 명절을 코로나와 함께 보내며 우리는 많은 부분을 포기하거나 적당히 타협하면서 적응해왔다. 우리의 머릿속에 설로 기억된 그 설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다섯 번째 코로나 명절. 이만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고향 방문 선택지 앞에서 괴로운 건 한결같다. 고향에 가자니 코로나 때문에 걱정, 올해도 건너뛰려니 부모님이 걱정. ‘잠시 멈춰 달라’, ‘마음으로만 함께하라’는 정부지침도 지침이지만, 지칠 대로 지쳐있는 의료진들 생각에 이번 명절은 특히 더 조심스럽다. 버티고 버텨온 우리 모두에게도 가혹한 설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어김없이 설은 다가왔고,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코로나를 이겨내야 한다. 생각을 바꿔보기로 한다. 친지들 만날 일 줄어드니 명절 피로·명절 증후군 앓을 일 없고, 시댁·처가 식구들과 눈치싸움 줄어드니 기 빠질 일도 없고, 부부 감정싸움 줄어드니 귀성길이 지옥 같을 일도 없다고. 마음 고쳐먹고 세 번째 ‘코로나 설’을 맞는다. 부디 올해 설 연휴도 모두 무사히 보내길. 며칠 후 웃는 얼굴로 펼쳐든 ‘지면에서’ 우리 또 만나자. 이 만남은 지킬 수 있는 약속이어서 기쁘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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