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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6년 만에 백지화된 창원문화복합타운 어떻게 해야 하나

새로운 콘텐츠 발굴해 시민 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

기사입력 : 2022-03-31 21:04:04

창원시가 지역에서 K-POP으로 한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창원문화복합타운 조성사업이 추진 6년 만에 백지화됐다. 한류체험이라는 장밋빛 꿈과 달리 시작 초기부터 특혜의혹 논란에 섰고, 사업주체 간 갈등까지 겹치면서 파행을 겪어왔다.

결국 창원시는 지난 22일 개관 미이행을 이유로 시행사에 실시협약 해지(계약 파기)를 통보했고, 창원시와 시행사 모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기로 하면서 법적 다툼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온 창원문화복합타운의 6년을 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본다.

창원문화복합타운 전경./경남신문 DB/
창원문화복합타운 전경./경남신문 DB/

◇장밋빛 한류사업으로 시작했지만 특혜논란 등 파행 연속= 이 사업은 지난 2016년 안상수 전 시장 시절 시작됐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창원아티움씨티가 의창구 팔룡동 일대 시유지를 사들여 그 자리에 최고 49층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하고, 그 사업수익으로 한류체험공간인 문화복합타운과 공영주차장을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K-POP 콘텐츠를 제공할 핵심으로 국내 최대의 엔터테인먼트사인 SM을 운영자로 참여시켰다.

시행사와 SM이 운영법인을 설립해서 최장 20년간 운영을 책임지고 창원에서 한류 돌풍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사업 초기부터 사업유치냐, 특혜냐를 두고 논란이 됐고, 민간건설사업자에게 ‘최소 수백억의 특혜를 줬다’는 대형비리 의혹으로 번졌다. 시민단체의 고발로 인한 검찰 등 사법기관의 수사가 진행됐고, 창원시의회와 시민단체에서 찬반여론을 쏟아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장밋빛 한류사업 결국엔…
시설·콘텐츠 미비 등 책임 물어
창원시, 시행사와 계약파기
지난 6년간 특혜 논란 등 파행
이번엔 맞소송 등 법적다툼 예고

문화복합타운 재도약 위해선
시, 분쟁 끝내고 새 비전 제시
시민 참여하는 문화공간 조성을
공공기관·지자체·기업 협업
디지털 맞춤형 콘텐츠 제작해야

창원문화복합타운 3층 시공 현장. 3층엔 인플루언서·보컬·댄스·프라이빗 스튜디오, 크리에이터랩, 오픈스테이지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창원시/
창원문화복합타운 3층 시공 현장. 3층엔 인플루언서·보컬·댄스·프라이빗 스튜디오, 크리에이터랩, 오픈스테이지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창원시/

◇민선 7기 해결 나섰지만 갈등 재점화= 민선 6기 안상수 시장이 시작한 이 사업을 물려받은 민선 7기 허성무 시장은 취임하면서 “의혹이 있다면 밝히고 당초 목적대로 정상화하겠다”며 사업점검단을 가동했다. 삐걱대던 사업은 검찰 등 사법기관의 수사 종결 이후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시는 지난 2020년 9월 창원문화복합타운 건축물 임시 사용승인을 하고 사업 주체간 대화와 협의를 통해 풀어나갔다. 시행사의 초과이익 환수와 사업이익 검증, 협약 문제점 보완, 기부채납 의결, 관리운영협약 체결 등 표류된 사업이 안정화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행사와 SM 간의 시설수준, 20년간 무상사용, 손실보전, 경영권 등을 두고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2021년 2월과 6월 두 차례 예정됐던 개관이 무산됐다.

SM은 시행사가 분양사업에서 얻은 이익을 문화복합타운 시설과 운영에 재투자하기로 한 당초의 약속을 지켜야 하고, SM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의 시설 완비, 손실에 대한 시행사의 책임요구, 문화콘텐츠 기업인 SM 중심의 운영권을 요구했다.

반면, 시행사 입장에서는 운영손실이 발생할 경우 시행사가 부담하므로 시설운영계획(MD)과 경영권 등 시행사 주도로 운영을 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갈등을 빚었다.

민선 6기에 맺은 변경확약서(2017년 12월)를 두고도 논란이 됐다. 변경확약은 당초 사업시행자에게 부여된 문화복합타운 사용수익권을 창원시로 이관하면서 시가 직접 운영법인을 관리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권이 변경됐다.

변경확약에 따라 주무관청인 창원시는 관리운영권을 갖고 시행자인 (주)창원아티움씨티와 운영참여자인 SM엔터, SM플래너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주)창원문화복합타운이 시와 관리위탁을 체결해 향후 20년간(5년 단위 갱신) 운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당사자 간 권리와 의무 변경에 대해 사업주체 간 주장이 달라 갈등을 빚었다.

창원시는 쟁점인 세부운영계획 결정 등 사업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7월 사업주체와 민간 콘텐츠 전문가로 구성한 공식기구인 운영위원회를 출범해 정상화를 모색했다. 운영위는 2개월간의 심의 끝에 운영자가 제안한 시설운영계획과 10월 임시개관 올해 1월 정상개관을 확정했지만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창원시는 사업 정상화가 어렵다고 보고 시행사의 이행보증금(101억원)과 사업권 몰수, 문화복합타운 건축물 소유권 귀속, 손해배상 청구 등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류의 꿈’ 법적 다툼 가지만 시민 위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 창원문화복합타운은 태생부터 갈등을 내재했다. 시행사가 시설 설치비 806억원을 비롯해 운영비용을 부담하고, SM은 시행사로부터 209억원의 투자비를 받아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른바 ‘비용부담자 따로, 운영자 따로’ 구조다. 사업주체 간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각자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등 권리·의무관계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운영손실 처리와 콘텐츠 제공 등 사안마다 갈등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창원시가 협약해지를 공식화하고 시행사도 감사원 감사와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로 한 만큼 한류중심도시, 명품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창원의 꿈은 사업주체 간의 책임 공방과 법적 다툼에 돌입하면서 결국 행정부담과 시민의 몫으로 남게 됐다. 사업의 성격상 법적인 다툼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시는 이미 세워진 건물이 방치되지 않게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는 꼼꼼하지 못한 협약과 민간사업자 간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 창원시의 책임도 있다. 이 때문에 시는 협약 해지로 인한 예정된 분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비전을 시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기존 사업주체와 진행이 어려운 만큼 시민들이 참여하고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새로운 문화복합시설 검토도 병행돼야 한다.

창원문화복합타운 6층 시공 현장. 온스테이지, 백스테이지, 굿즈샵 등을 갖춘 뮤지엄이 들어설 계획이었다./창원시/
창원문화복합타운 6층 시공 현장. 온스테이지, 백스테이지, 굿즈샵 등을 갖춘 뮤지엄이 들어설 계획이었다./창원시/

◇디지털문화기술시대 맞는 ‘뉴콘텐츠’로 재도약을= 창원문화복합타운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콘텐츠를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건물이나 시설보다는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문화콘텐츠를 어떻게 채우고 운영해나가느냐가 창원문화복합타운 사업의 핵심이다.

창원시는 창원문화복합타운이 재도약하기 위한 방향성도 분명하게 잡아야 한다. 핵심 콘텐츠를 문화복합타운 안에 담아내고 확장시켜 창원의 문화·관광의 도약과 발전이라는 당초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 장기적인 투자와 메타버스, OTT 플랫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등 디지털 문화기술시대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보유한 경쟁력 있는 운영자 선정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원문화복합타운 무산의 원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K-POP 특성을 유연성이 부족한 지방행정이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 또 사업 초기에 준비한 콘텐츠가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경쟁력이 없었고 콘텐츠를 보완해야 할 사업주체는 수익논리로 인한 갈등으로 시기를 놓쳤다. 문화콘텐츠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변화하고 있고, K-POP뿐 아니라 드라마, 미디어아트, 게임, 웹툰 등 장르의 다양화, 융합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정 대형 브랜드만 고집하기보다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존 SM이란 단일 회사에 의존한 K-POP 콘텐츠에서 탈피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협력사업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맞춤형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고 시민의 문화공간으로서 확대 발전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정현섭 경제일자리국장은 “문화디지털 시대에 맞는 제대로 된 시설과 콘텐츠를 완비해 시민에게 돌려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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