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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류애를 품자- 강성도(경남복지정책연구원 이사)

기사입력 : 2022-05-11 20:52:31

대중가요 가사에 “우리는 너나 없는 이방인,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라는 구절이 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두 차례 걸쳐 391명의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이들은 현지 한국대사관이나 한국국제협력단 등에서 근무했던 직원들로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체류 자격을 받았다. 이들은 난민은 아니지만 앞으로 형국에 따라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다.

처음 도착한 충북 진천군에서 기초적인 사회적응 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인 사회적응 교육을 위해 전남 여수시의 해양경찰교육원에 머무르고 있다. 이 중 157명이 올해 2월에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 사택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취업도 했다. 이른바 난민 협약은 국제법상의 조약이지만, 이들이 난민인지, 이들을 어떻게 대우할 지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각국 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나라간 사람의 이동이 늘고 공동체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도 흔하게 이방인을 만나게 됐고, 두려움이나 경계심도 점차 사라졌다. 이번에 한국에 온 아프간인 61%가 미성년자이다. 우리나라는 난민에 대해서 너무 가혹하다. 2020년 한 해 동안 몰려든 난민 6684명 가운데 법무부가 인정한 난민은 69명으로 난민 인정률이 1%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40% 이상이다. 우리는 거시경제만 어느 정도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 행정시스템이나 복지제도는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이방인에 대한 인류애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인류학자에 따르면 인간의 대부분은 타인들에 의해서 불행해지고, 소수만이 자기 스스로 고통을 감수한다고 했다. 전자의 사례는 전쟁, 감염병, 사고 등에서 발생하고 후자의 사례는 순교자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보면 더욱더 이러한 말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더라도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행해진다.

2000년대 초반 광주광역시 광산구 산정공원로에 들어선 고려인 마을에 현재 7000여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이 중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이 300여명 정도 머무르고 있다. 또한, 현재 전쟁으로 루마니아에 피신한 뒤 한국에 머무르기를 희망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도 300~400명 정도 달한다. 동포들이 하루빨리 우리의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는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래 생산 가능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긴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2021년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0.81명이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더 떨어진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로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줄어들어 경제도, 국방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그 대안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문화 간 만남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이문화 형성 이론을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좁게는 영남과 호남의 문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화, 넓게는 남과 북의 문화, 우리나라와 다른 세계의 문화를 말한다. 이렇듯 이문화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 자리 잡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강성도(경남복지정책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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