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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군홧발에 세계 육류시장도 '불안'…수입 쇠고깃값 '껑충'

각국 육류 가격 급등 속 우크라 전쟁으로 사료용 곡물가도 올라

우리나라 수입 소·돼지고기 값 뛰어…축산농 사육비 부담 가중

기사입력 : 2022-05-14 10:17:2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세계 육류 시장에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발(發) 물류난과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전쟁터로 변하면서 사료용 곡물의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어서다.

많은 국가에서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의 가격이 사룟값 등 사육비 급증으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육류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입 쇠고기 가격이 치솟아 '값싼 수입산'이라는 말은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수입 쇠고기 가격 급등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입 쇠고기 가격 급등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연합뉴스 자료사진]

◇ 각국 육류 가격 고공행진…우크라 전쟁으로 인플레 걱정 커져

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는 올해 1~3월 쇠고기 가격을 작년 동기와 비교해 평균 23.8% 인상했다. 닭고기는 14.4%, 돼지고기는 10.8% 올렸다.

회사 측은 그 이유로 인건비와 사료비 증가 등을 들었다. 도니 킹 타이슨푸드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언론에 "전반적인 육류 수요는 여전히 높지만 쇠고기 가격 상승으로 일부 소비자는 좀 더 값싼 부위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3% 급등한 가운데 쇠고기 가격은 14.3%, 돼지고기는 13.7% 뛰는 등 육류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에서는 소득 중하위층 소비자 200명에게 물어본 결과 73.1%가 물가 급등으로 최근 2~3개월간 쇠고기를 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상파울루주 식료품소매조합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지에선 연료비와 식료품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크게 뛰자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호주에서는 중국의 수요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축산 인력 부족 등으로 올해 들어 쇠고기 가격이 9% 오른 데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 곡물용 사료 부족으로 닭고기와 돼지고기 가격도 뛸 수 있다고 현지 매체 나인뉴스가 전했다.

농축산물시장 분석업체인 토머스 엘더 마켓(TEM)의 맷 달글리시 원자재 담당자는 호주의 닭과 돼지 농가들이 사육비 증가를 슈퍼마켓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직전의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산물 무역 컨설팅업체인 애그스카우터의 김민수 대표는 지난달 26일 한국식량안보재단 주최 세미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사료용 곡물 가격 상승이 세계 쇠고기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남미의 가뭄과 곡물 공급 불확실성 역시 축산 비용을 증가시켜 육류 가격의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수입 쇠고기 가격 급등…국내 축산농가 사육비 부담 가중

국내 육류 가격도 뛰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가 4.8%(작년 동월비)가 오른 가운데 수입 쇠고기는 28.8%, 돼지고기는 5.5%, 국산 쇠고기는 3.4% 상승했다.

수입 쇠고기의 가격 상승 폭이 큰 데는 국제 공급망 불안과 물류난 등으로 수입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 작용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수입 쇠고기(갈빗살 100g) 가격은 평균 4천256원으로 1년 전보다 55.6% 비싸다. 수입 삼겹살(100g)은 1천411원으로 같은 기간 9.1% 올랐다.

사료용 곡물의 수입 가격과 배합사료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축산 농가의 사육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9~2021년 연평균 사료용 곡물 수입량은 1천250만t으로 식용 곡물 수입량의 2배에 이른다. 연간 밀과 옥수수 수입량의 10% 정도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한다.

사료용 곡물의 4월 t당 수입단가는 밀 329달러, 옥수수 327달러로 1년 사이에 각각 21.4%, 30.8% 올랐다.

이는 배합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배합사료 가격(㎏당 공장도 가격) 동향을 보면 3월 양돈용은 694원, 고기소(고기를 얻으려고 기르는 소)용은 505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9.4%, 20.0% 뛰었다.

국제 곡물 가격이 3~7개월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의 수입 단가에 반영되는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발 곡물 가격 상승은 하반기에 국내 배합사료와 축산물 물가를 본격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3분기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가 우크라이나 등 흑해 지역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기에 산 물량이 들어오면서 전 분기 대비 6.8%, 작년 동기 대비 32.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사료용 곡물의 대체원료 공급 확대, 사료 구매자금 금리 인하 등에 나섰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길어질 경우 축산 농가와 소비자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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