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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고장난 녹음기가 저지른 공천 학살 만행- 고비룡(밀양창녕본부장)

기사입력 : 2022-05-15 20:32:33

“누구와 가까우니까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고장 난 녹음기처럼 지루하게 들어온 논리이자 시대에 대한 고민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은 나태하고 안일한 발상이다.”

지난 4월 5일 밀양의령함안창녕의 3선 조해진 국회의원이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출마하며 밝힌 발언이다. 여당 내의 미스터 쓴소리를 자처하며 상생과 협력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자기 정치 인생의 소명이자 꿈이라고 밝힌 조 의원의 지역구 창녕은 사천(私薦)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분열과 갈등 양상을 보이며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정우 현 창녕군수는 지방선거 군수 재선 출마 국민의힘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 돼 지난 9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기초광역자치단체 의원 공천에서 탈락한 현직 창녕군·도의원들의 무소속 출마도 늘어나고 있다. 신용곤 도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김경, 홍성두, 추영엽 군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밝혔다. 이재구, 서창호 등 군의원 후보도 무소속 연대를 선언했다. 공천의 극심한 분열로 제 살을 깎아 먹는 양상을 보이며 창녕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공천 잡음은 새 정부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지역의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공정하고 상식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오간 데 없고 자기 사람을 앉히겠다는 정치 공학과 편 가르기만 난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시험과 면접을 치르며 공천 신청 비용까지 받아 놓고 서는 구태정치의 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이 판국에 여론조사 한 번 없는 기초광역단체 의원 공천까지 결정됐다.

당초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정과 상식, 이준석 당대표의 능력주의(메리토크라시)의 원칙을 인용하며 공정한 경쟁으로 공천 잡음을 잠재우겠다고 공언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역민의 뜻을 무시한 사천의 창녕으로 전락했다. 모두가 만족하는 공천이란 사실 존재하기 힘들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지역을 다니며 ‘조해진 의원과 가까운 내가 공천을 받기로 약속 받았다’고 떠들던 후보들이 실제 공천을 받는 일이 없었다면 무소속 출마 러시는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텃밭에서 무소속 출마는 지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와 가까우니 누가 유리하다는 논리는 고장난 녹음기’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던 정치인은 스스로 고장난 녹음기가 됐다. 이런 때일수록 창녕의 유권자들은 냉정해져야 한다. 꼼수와 막장이 거듭되고 정치판이 혼탁하다 해 투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정치를 심판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유권자들에게 있다. 소중한 한 표로 정치인들을 각성시켜야 한다.

고비룡(밀양창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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