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사설] 선거 맞춰 주소지 옮기는 행태 과연 바람직한가

기사입력 : 2022-05-17 20:19:51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철새’다. 기존에 지역에 터전도 없이 타지에서 생활하다 선거에 맞춰 갑자기 주소지를 해당 선거구로 옮겨 출마하는 정치인을 일컫는 말이다. 오래된 용어인데도 아직까지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니 씁쓸한 기분이 든다. 본지가 6·1지방선거에 등록한 도지사와 기초단체장선거 출마후보 53명의 주소지와 보유 또는 전세·임차한 건물을 비교·대조하는 전수조사를 한 결과, 후보자가 매매한 주택이나 아파트가 있는 경우는 37명, 임차·전세권을 가진 경우는 12명, 건물이 없이 주소지만 해당 지역구로 되어있는 경우가 4명이었다. 그래도 현행 공직선거법 상 단체장에 출마하기 위해 선거 60일 전에는 해당 지자체에 주소지를 두도록 한 요건은 모두 갖췄다.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역의 일꾼을 뽑는 주민 자치 민주주의 최대 행사다. 유권자들을 설득해 자신이 지역의 참 일꾼임을 증명해야 하는 ‘청문(聽聞)’의 자리다. 그런 중대한 선택의 행사에 참가한 후보자라면 당연히 그 지역의 사정이나 정서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선입견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바라본다면 그간 지역이 아닌 중앙 무대에서, 또는 타지에서 줄곧 생활하다 갑자기 주민등록지를 옮겨와 “저도 여러분과 같은 지역민입니다”라고 강변하는 작금의 행태가 과연 문제는 없는 것인 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후보자들이 선거법의 규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거소를 옮기고 출마를 한 것이니 이를 문제삼을 것도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피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에 따라서는 정서 상 거부감을 느낄 부분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이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자칫 연고만 따지는 지역 우선주의나 배타적 ‘패거리 정치’의 폐단을 조장하고 경쟁력 있는 참된 인재를 발굴할 기회를 놓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울 수는 있다. 지나친 지역주의는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너무 느슨한 인재 만능주의도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니 지역의 유권자들이 나름의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 냉철하게 판단해 볼 일이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