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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68)

- 데우다, 뜻, 얼개, 돈

기사입력 : 2022-05-18 08:05:44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24쪽부터 25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4쪽 첫째 줄에 ‘완전히’라는 말이 나옵니다. 잘 아시다시피 ‘완전히’는 ‘완전할 완(完)’에 ‘온전할 전(全)’에 ‘히’가 붙은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이’라는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말로 ‘깨끗이’, ‘아주’, ‘빈틈없이’ 들이 있다고 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숯 1Kg을 완전히 태우는 데는...”은 “숯 1Kg을 깨끗이 태우는 데는...” 또는 “숯 1Kg을 빈틈없이 태우는 데는...”으로 할 수도 있겠고 흔히 우리가 잘 쓰는 말인 ‘싹’을 넣어 “숯 1Kg을 싹 태우는 데...”는 이라고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쓰이는’이 있습니다. 이 말은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 많이 쓰는 ‘사용되는’ 이 아니고 토박이말이라서 좋았습니다. 이 글을 보신 많은 분들이 ‘사용하는’ 또는 ‘사용되는’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쓰는’, ‘쓰이는’을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배움책에서 그 말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열한째 줄에 ‘음식을 데울 때’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여러 곳에서 ‘음식을 가열할 때’라는 말을 많이 봅니다. 굳이 ‘가열하다’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될 곳에서도 그렇게 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옛배움책을 보다시피 ‘가열하다’를 써야 할 곳에 ‘데우다’는 말을 쓰면 좋겠습니다.

열둘째 줄에 ‘다른 데로 달아나 없어지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도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라면 ‘손실되는’ 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열손실’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그것을 ‘전문용어’라는 이름으로 쓰고 있지만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알고 오래 잊히지 않을 말이 어떤 말인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열손실’을 풀이할 때 ‘열이 다른 데로 달아나 없어지는 것’이라고 하면 쉬울 것이고 열넷째 줄에 나오는 것처럼 ‘열을 잃는 것’이라고 풀이해 주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5쪽 첫째 줄에 ‘뜻’이 나옵니다. 이 말도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 ‘이유’ 또는 ‘목적’이라고 했을 수도 있는 말인데 ‘뜻’이라는 토박이말을 쓰고 있습니다. 셋째 줄에 나오는 ‘얼개’는 더 반갑고 고마운 말입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나 다른 책에서 많이 쓰는 ‘구조’라는 말을 스지 않고 ‘얼개’라는 말을 썼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살면서 ‘구조’라는 말을 써야 할 때 ‘얼개’라는 말을 떠올려 쓰시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넷째 줄부터 일곱째 줄에 걸쳐 나온 “온돌의 불길이 지나가는 골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또 방이 덥고 오래 식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라는 두 월은 ‘온돌’과 ‘방’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아홉째 줄부터 열째 줄에 걸쳐 나온 ‘어느 것을 쓰는 것이 돈이 적고 들고 좋은가’에서도 흔히 많이 쓰는 ‘비용’이 아니라 ‘돈’이라는 쉬운 말을 써서 좋았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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