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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소년 사이버 도박, 예방 교육 절실하다- 김원식(함양경찰서 경무계장)

기사입력 : 2022-05-18 20:17:05

어느날 야간 당직 근무를 하고 있는데 학부모와 함께 학생이 경찰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었더니 상담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상담 중에 예상 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스포츠 토토라는 승부 방식의 게임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다리, 달팽이 레이싱 등 실시간 게임으로 갈아탔으며, 부모님이 준 용돈으로 도박을 시작하다가 점차 베팅액이 커지면서 도박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돈이 없는 날에는 친구들에게 빌리고, 그 이후엔 사채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여가 활동을 제한 받으면서 전국 각 지역 청소년 도박 중독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이 해마다 증가하는 실정이다. 최근 3년간 청소년 도박 이용은 2019년 27명, 2020년 43명 2021년 83명으로 조사됐으나, 실제 불법 도박을 하는 청소년의 수는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법상 청소년은 복권이나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일명 사설 도박 사이트로 알려진 불법 도박 홈페이지를 통해 연령대 상관없이 가입해 도박에 참여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 결과에 돈을 거는 도박을 비롯해 홀짝, 사다리, 달팽이 레이싱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도박이 다수 존재한다. 최근에는 도박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카지노와 유사한 형태의 생중계 도박도 등장하고, 이 모든 불법 행위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어 청소년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여기에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상황 장기화로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청소년들이 늘면서 일탈을 부추기고 있다.

독자가 지난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할 당시 학교를 방문,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하면서 “학교폭력을 없애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중에 재미있었던 대답은 학교를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절대 휴대폰은 없애면 안 된다고 했던 한 학생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의 미래 청소년을 바라보는 경찰관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 부모님, 선생님, 주변 친구들의 관심이다. 둘째는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에 접근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도박을 포함한 사이버 범죄와 관련한 예방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이버 도박이 우리 청소년들의 흡연과 음주보다 무서운 약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또 학교폭력 등 다른 범죄로 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청소년들의 사이버 도박에 대한 관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김원식(함양경찰서 경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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