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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여름철 응급환자

금경탁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기사입력 : 2022-05-23 08:00:08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대체로 기온이 높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불볕더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몸의 열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온열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어느 때보다 건강한 여름나기가 중요해지는 시기로, 자칫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각종 온열질환의 증상과 대처법에 대해 알아보자.

폭염과 관련된 질환으로는 경미한 형태인 열 부종부터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는 일사병, 그리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열사병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열 부종은 더위로 인해 피부 혈관이 확장되어 손이나 발, 발목이 붓는 질환으로, 주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노인이나 기저질환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햇볕에 노출되고 2~6시간 정도 지나면 증상이 나타나고, 24시간이 지났을 때 부종이 제일 심하다. 열 부종은 수일 내 호전되는 자연 치유의 경과를 갖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시원한 장소에 편안히 누워서 부종이 발생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고 있는 것이 좋다.

일사병과 열사병은 흔히 헷갈릴 수 있는데, 일사병은 간단히 말해 열로 인한 탈진이다. 반면, 열사병은 과도한 열로 인해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에 장애가 발생한 질환으로, 체온이 40도 이상 증가하여 의식에 변화가 오는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일사병과 마찬가지로 열사병은 체온조절이 힘든 노인이나 아이, 만성 질환자, 장시간 고온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등에게 발생하기 쉽다. 젊고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온열질환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20·30대와 40대 장년층인 만큼 방심해선 안 된다. 일사병과 열사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시간 안에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주변에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더 이상의 고온에 노출되지 않도록 그늘지고 선선한 장소로 환자를 옮겨야 한다. 의식이 있을 경우 수분이나 전해질 용액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 되지만, 의식이 혼미한 경우에는 폐 흡인(음식이나 약물 따위가 폐로 빨려 들어감)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물 등을 억지로 먹이면 안 된다.

한편, 온열질환 외에도 여름 휴가철에는 익수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흔히 수영을 못하는 사람에게 익수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수영 실력과 익수사고는 크게 연관이 없다. 익수사고는 주변 환경과 물의 양, 물속에 있었던 시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음주 후 수영은 절대 삼가야 한다. 의식이 있는 익수자의 경우 기침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며, 반대로 의식은 없지만 움직임이 있다면 호흡 보조와 인공호흡을 시도해야 한다. 이때 혀가 뒤로 축 처지면서 기도를 막을 수 있고 외상에 의한 경추손상 등 이차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아래턱을 살짝 들어 올려 기도를 유지해야 한다.

온열질환은 예방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원인이 되는 폭염을 피하는 것으로, 야외 활동 시 열지수(체감온도)나 기상 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주변에 서늘한 휴식 장소가 있는지 확인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수분을 자주 공급해주는 것이 좋다.

금경탁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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