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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3] (15) 민간정원

자연愛 빠진 마음 오래도록 가꾼 초록 공간

기사입력 : 2022-05-25 21:03:38

바쁜 현대 사회에서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좋은 방법은 직접 보고 느끼고 자연이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것이다. 도심지 주변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오랜 세월 나무를 심고 꽃을 피우며 정성 들여 가꿔온 민간정원은 남다른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경남에 민간정원은 현재 22곳으로 장기적 발전을 위한 여러 숙제를 안고 있다.

고성군 상리면에 조성된 도내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인 그레이스정원이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다./이솔희 VJ/
고성군 상리면에 조성된 도내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인 그레이스정원이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다./이솔희 VJ/


도심 주변 평범한 이웃들

나무 심고 꽃 피우며

오랜 세월 정성들여 가꿔


◇도내 최다 규모 민간정원 가보니= 고성군 상리면 삼상로 1312-71의 ‘그레이스정원’. 이곳은 16만평(52만8925㎡) 규모의 경남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이다. 광활하고 척박했던 대지가 꽃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의 손에 십수년 세월 정원으로 가꿔져 지난 2020년 6월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이곳은 곧 6월부터 작은 꽃잎이 모여 풍성한 자태를 완성하는 수국이 30만주가 넘게 활짝 펴 장관을 이룬다. 정원은 ‘엄마의 꽃밭’과 ‘베데스다연못’, ‘에메랄드그린숲’ 등으로 꾸며져 ‘유럽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숲속교회’, ‘숲속카페’ 등 30여개 원내 시설물(코스)로 갖춰져 있다. 5월 중순께 방문한 정원은 불두화와 붓꽃, 작약 등 색색깔의 꽃이 활짝 펴 생기가 넘쳤다. 이곳은 2020년 5월께 경남의 6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뒤 지난해에만 6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정원은 애초 선교센터를 짓기 위해 시작됐다. 2005년 22만여㎡ 규모 부지를 사들여 숲속교회를 짓고, 주변으로 조금 조금씩 땅을 사서 넓히고 정원으로 꾸며나간 것이 두 배가 넘는 규모로 커진 것이다.

정원을 만든 조행연(78·여)씨는 “척박했던 토지에 수국과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을 심고 가꾸며 수행하듯 살아왔다”고 말했다.

고성군 상리면에 조성된 도내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인 그레이스정원이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다. /이솔희 VJ/
고성군 상리면에 조성된 도내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인 그레이스정원이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다. /이솔희 VJ/
돌계단 양 옆으로 에메랄드 그린과 에메랄드 골드가 심어져 있다. /이솔희 VJ/
돌계단 양 옆으로 에메랄드 그린과 에메랄드 골드가 심어져 있다. /이솔희 VJ/

조씨는 “설계도 안 하고 제가 직접 했다. 퇴직한 사람들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해 돈을 많이 들여 민간정원을 만드는 곳도 있지만 저는 조금씩 조금씩 해서 17년 정도가 됐다”라며 “수국을 많이 심다가 지금은 또 라일락을 많이 심고 있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저는 손에 지문이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은 6·25전쟁 때부터 방치돼 있다가 정원으로 가꿔져서 식물학자들도 한국 고유의 종들이 많다고 한다. 식물도감도 만들려다 너무 바빠 지금은 멈춰 있다”라며 “우리가 정원의 입장료를 받긴 하지만, 아직은 정원 관리비만 못해서 다른 사업비를 보탤 정도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에는 이외에도 특색이 있는 민간정원이 많다. 1호 보물섬 남해군에 다랑이논의 높낮이에 맞춰 정원을 가꾼 ‘섬이정원’, 거창군 북상면에 폐교된 학교를 꾸민 10호 ‘이한메미술관정원’, 양산시 동면에 1급수의 깨끗한 물이 흐르는 여락천을 끼고 넓은 잔디원과 과수원, 허브농장의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든 22호 ‘느티나무의사랑’ 등이 있다.

그레이스정원을 찾은 방문객들
그레이스정원을 찾은 방문객들
그레이스정원 내 숲속도서관
그레이스정원 내 숲속도서관


2015년부터 등록

최대 규모 ‘그레이스정원’

1호 ‘섬이정원’ 등

도내 각양각색 정원 22곳


◇민간정원 구분 및 자격요건은?= 국내 민간정원이 생겨난 것은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이후 정원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진 것이 계기가 됐다. 산림청이 2015년 정원 등록 활성화를 위한 법률인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수목원정원법)’을 개정하면서, 그해 경남의 1호 민간정원인 섬이정원이 탄생했다.

정원은 법률적으로 식물·토석·시설물(조형물 포함) 등을 전시·배치하거나 재배·가꾸기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시설과 그 토지를 포함)을, 사전적 의미로 흙·돌·나무 등의 자연재료와 인공물 및 건축물에 의해 미적·기능적으로 구성된 구역으로 정의된다. 공원이 휴식·운동이나 경관적 기능을 목적으로 하고, 식물원·수목원이 식물수집·증식·보존과 전시·교육 기능을 담당한다면, 정원은 자연물과 인공물을 배치해 전시 및 재배, 가꾸기 등이 이루지는 공간으로 구분된다. 국가가 조성·운영하는 정원은 국가정원,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는 정원은 지방정원,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조성·운영하는 정원은 민간정원 등으로 구분된다. 이달 초 기준 국가정원은 순천만 국가정원과 태화강 국가정원 등 2곳이 있고, 지방정원은 경남에서 거창창포원이 등록되는 등 전국에 4곳이 등록돼 있으며, 하동군 소재 악양동정호정원과 양산시 소재 황산지방정원 등 27개소가 설계·조성 중이다.

그레이스정원 내 정원산책길. /이솔희 VJ/
그레이스정원 내 정원산책길. /이솔희 VJ/

이에 더해 민간정원이 전국에 74곳이 있으며, 이중 경남이 22곳(30%)을 차지한다. 민간정원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신청인이 시·군을 통해 신청서를 접수하면 도에서 현장점검을 하는 등 적합 여부 검토를 받아야 한다. 정원의 총면적 중 녹지면적이 40% 이상이여야 하며, 주차장 및 화장실 등 이용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 농지법, 건축법 등 개별법 준수 여부도 따진다. 민간정원으로 등록되면 명칭과 소재지, 운영자의 성명·주소, 시설명세서, 보유하고 있는 식물의 목록 등이 일반에 공개된다.



유·무료로 운영되지만

지자체 예산은 지원 안돼

홍보·관광자원화 ‘과제’


◇민간정원 증가세…파급력 검증 과제도= 경남도는 민간정원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거점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고,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찾아가는 정원자문단을 운영해 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수목원정원법상 산림청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민간정원을 일반에 공개하도록 장려할 수 있고, 보존가치가 있는 정원 내 식물의 보존·증식과 정원의 운영관리 등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현재는 홍보에 주력하고 있고 별도 금전적으로 지원은 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도는 정원자문단을 운영하며 각 민간정원의 전문성 강화를 돕는 등 육성에 앞장설 방침이다. 현재 민간정원별로 무료 또는 입장료·체험료를 받는 등 유료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소규모 민간정원의 경우 수익이 잘 나지 않는 등 장기 발전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경남도 산림휴양과 최언영 주무관은 “도내 민간정원은 남부지역의 기후적인 특징으로 인해 다양한 난대식물 등 정원의 다양성이 우수해 서울 등 전국의 정원전문가와 관광객이 찾고 있다”며 “시·군별로 큰 규모의 민간정원은 이미 관광자원화하고 있고, 소규모 정원의 경우 아직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민간정원은 이제 장려를 하고 있는 초반 단계로 많은 홍보가 선행되어야 하고 향후 얼마나 파급력이 있는지 분석하는 등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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